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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친구야, 조금 삐딱해도 비뚤어도 괜찮아

등록 2009-07-24 19:16

〈삐뚤빼뚤 쓰는 법〉
〈삐뚤빼뚤 쓰는 법〉
학습장애 주인공과 반항아 짝꿍
서로 장점 알아가며 마음 나누기
장애·비장애 학생들 한 교실에…




〈삐뚤빼뚤 쓰는 법〉
앤 파인 글·필리프 뒤파스키에 그림·윤재정 옮김/논장·8000원

며칠 전 장애인스포츠 국제대회 수영 부문에서 김진호(23) 선수가 우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이 대회에서 은메달과 동메달도 하나씩 추가해 3관왕이 됐다. 배영 200m에서는 기존 세계기록을 2초54나 앞당겼다. 김씨는 비록 자폐 장애를 가졌지만 장애인 수영계에서는 올림픽 영웅 박태환을 뛰어넘는 훌륭한 선수로 인정받는다. 그가 가진 개성과 장점을 특화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일 것이다.

어린이 동화책 <삐뚤빼뚤 쓰는 법>의 주인공 조 가드너에게도 심각한 학습 장애가 있다. 그가 쓴 글씨는 도무지 알아볼 수 없고, 아무리 쉬운 수학 문제도 그에겐 넘을 수 없는 산이다. 체육에도 소질이 없어 수백 수천번 연습해도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조는 모형 만들기에서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재주를 지녔다. 폐품이 일단 그의 손에 들어가면 예술품으로 변신한다. 마카로니(면의 일종)로 3m짜리 에펠탑 모형을 만들고 일회용 컵으로는 우주인을 빚어낸다. 플라스틱 물병은 그의 손을 거쳐 거대한 마스토돈(코끼리 조상 격인 고대 생물)으로 되살아난다.

친구야, 조금 삐딱해도 비뚤어도 괜찮아
친구야, 조금 삐딱해도 비뚤어도 괜찮아

그의 특별한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공교롭게도 전학생 체스터 하워드다. 엄마의 일 때문에 여러 나라 학교를 옮겨다니느라 삐딱해진 그는 우연히 조와 짝꿍이 된다. 체스터는 처음엔 온종일 부산을 떨면서도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조를 귀찮게 여기지만, 숙제를 도와주다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차츰 마음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열등생 조와 삐딱한 체스터, 두 아웃사이더의 만남은 뜻밖의 결과로 나타난다.

1996년 영국 특수교육협회상을 수상한 이 책은 우스운 상황들과 재밌는 농담을 버무려 장애를 가진 친구와 더불어 사는 방법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조의 책상을 치우려면 다 치우기도 전에 수염이 발끝까지 자라날 것”이라는 식의 표현과 ‘달리는 버스 안에서 글씨 쓰기’, ‘아무 데나 문장부호 찍기’ 등 삐뚤빼뚤 쓰는 요령을 설명한 부분은 웃음이 절로 난다.

체스터가 직접 만들어 조에게 선물한 공책에는 반듯한 글씨로 “온종일 마음껏 네가 잘하는 것을 하렴”이라고 적혀 있다. 장애가 아니더라도 공부와 성적이라는 획일적 기준에 억눌린 우리나라 학생들에게 작은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다. 한가지 더, 이 책에 등장하는 월버틀 매너 초등학교는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차별 없이 한 교실에서 부대끼며 생활한다. 교사나 학생들도 장애를 가진 친구를 다르지 않게 여긴다. 장애 학생이 학교로 전학 오는 것을 끔찍하게 여기는 국내 상황에서 새겨볼 사항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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