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에서 춤추다〉
〈경계에서 춤추다〉 <경계에서 춤추다>는 서경식 도쿄경제대 교수과 다와다 요코의 편지글 모음이다. ‘두 사람’은 2007년 2월부터 11월까지, 집·이름·여행·놀이·빛·목소리·번역·순교·고향·동물을 주제로 각각 10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이 편지글들은 일본 잡지 <세카이>(世界)에 연재됐다. 애잔하고 유려하며 웅숭깊은 글들은 생의 뿌리와 풍경을 묘사하고 파헤치는 철학적 사유의 소산이기도 하다. 한국어판을 펴낸 창비의 편집자는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시도한 가장 큰 실험은 바로 언어(소통)의 가능성이라고 지적했다. ‘재일조선인’ 서경식 교수는 깊고 넓은 안목으로 디아스포라(이산·離散)를 천착한 글로 한국에 널리 알려진 저술가다. 다와다 요코는 1982년부터 독일에서 살며 일본어와 독일어로 다양한 글을 발표해 많은 상을 받은 소설가다. 그의 글이 한국에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둘은 ‘경계인’으로서 다중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력이 다른 만큼 사유와 글쓰기 방식도 다르다. 서경식 교수는 이렇게 요약했다. “나는 사고방식이나 이야기를 진행해가는 방식이 세로방향이 되는 경향, 그것도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 향해가서 구멍을 파는 경향이 있지만 그녀는 그것을 가로방향으로 열어간다. ‘모으기’에 응하는 ‘흩어놓기’라고나 할까.” 뿌리를 파고드는 서경식의 글이 깊은 가을 밤 비에 흠뻑 젖은 듯한 스산함을 일깨워준다면, 맺힌 것 없이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다와다 요코의 글은 신록으로 내닫는 해사함이 있다. 집·이름·고향에 대한 ‘두 사람’의 상념이 빚어내는 차이의 무늬는 아름다우면서도 아프게 시리다. 서은혜 옮김/창비·1만3000원. 이제훈 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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