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인 눈으로 ‘테러리즘’ 조명
옥스퍼드 ‘아주 짧은 개론서’ 엄선
‘한겨레 지식문고’ 시리즈로 출간
옥스퍼드 ‘아주 짧은 개론서’ 엄선
‘한겨레 지식문고’ 시리즈로 출간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
찰스 타운센드 지음·심승우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암살, 납치, 폭파 등 테러 소식을 전해들을 때, 우리는 쉽게 ‘범죄’라고 여긴다. 그러나 막상 테러를 벌인 쪽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범죄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엔 곤란함을 느낄 때도 있다. 테러리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영국 킬대학 국제역사학부 교수인 찰스 타운센드가 쓴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은 ‘테러리즘은 무엇이다’ 식의 속시원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역사 속에서 나타나는 테러리즘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를 하나씩 냉정하게 짚어가면서 테러리즘을 다시 성찰해볼 기회를 준다.
테러리즘을 이해하려 들 때 가장 어려운 것이 그 개념에 대한 정의다. 흔히 ‘무장 집단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 정도의 정의가 통용된다. 그러나 지은이는 “‘테러리스트’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다는 것은 언제나 제3자”라며 테러리즘에 대한 배타적인 정의를 피한다. 다만 테러리즘의 다양한 성격과 특징, 이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따져보는 과정을 통해 테러리즘에 접근한다. 곧 “누군가에게 테러리스트는 다른 누군가에게 자유의 투사일 수도 있다”는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18세기 말 프랑스 혁명정부가 벌였던 공포정치 속에서 ‘근대적 테러리즘’의 특징을 찾아낸 것은 그러한 시도 가운데 하나다. 지은이는 국가 폭력을 정치적 수단으로 삼은 ‘테러 정치’가 근대적 테러리즘의 기원이라고 본다. 당시 혁명정부는 급진적 자유의 확대를 목표로 삼고 반대자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과 학살을 벌였다. 그는 이것을 “폭력이 개인적인 응징보다는 파급적인 효과를 노린 상징적인 응징이 된 계기”라고 풀이한다. 나치의 독일, 스탈린의 소련 등 뒤에 나타난 국가 폭력은 이러한 테러 정치의 연장이라는 것이다.
19세기에 이르면 국가를 공격하려 하는 저항 세력들이 테러리즘을 투쟁의 수단으로 삼았다. 정치적인 무능력 또는 정치력의 한계가 뚜렷했던 이들이 주로 테러리즘에 기대게 됐다는 것이다. 또한 북아일랜드, 알제리의 민족해방투쟁, 유대인과 아랍인 사이의 전쟁 등에서 나타난 다양한 테러리즘을 연구해 민족주의·종교와의 관계도 깊게 조명했다. 지은이는 테러리즘에 대해 섣부른 평가는 내리지 않으나, “더 광범위한 혁명적 운동과 결합하지 못할 때 테러리즘은 자기 패배적이었다”며 테러리즘의 근본적 한계를 짚었다.
이 책이 중요하게 제시하는 주제는 테러리즘에 대한 ‘대응’이다. 테러리즘은 대의정치의 모든 관행적 절차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그러나 테러에 대응한다면서 특별법을 만들어 군대와 경찰에 비정상적인 권한을 주거나 전쟁을 일으키는 식의 대응 역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위협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9·11 테러를 계기로 삼아 ‘테러와의 전쟁’에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서구 강대국들의 움직임에 경고를 던지는 것이다.
지은이는 이러한 서구 강대국들의 대응 속에 깔려 있는 선악의 이분법을 지적하고, “테러리즘에 대한 개념 정의의 문제로 되돌아가자”고 한다. ‘나에게는 테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해방 투쟁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인식 속에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곧 ‘공존’을 모색하려는 대응이 아니면 피와 보복의 악순환을 끝낼 수 없다는 충고다. 이 책은 한겨레출판이 새로 내놓은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출간됐다.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는 올해 옥스퍼드 출판부의 교양문고 시리즈인 ‘아주 짧은 개론서’(Very Short Introduction) 가운데 10권을 엄선해 소개한다. 이번엔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을 비롯해 <인권은 정치적이다>(앤드루 클래펌 지음·박용현 옮김),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마크 미슬린 지음·조홍섭 옮김), <중동 전쟁이 내 출근길에 미치는 영향은>(클라우스 도드 지음·정승현 옮김), <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 선거 이야기>(샌디 메이젤 지음·정의길 옮김) 등 5권을 먼저 내놨다. 교양문고 시리즈답게 개별 주제 속으로 파고들기 위한 입문 지식들을 풍부히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진보적인 주제의식이 또렷하다. 내년에는 국내 필자들이 쓴 교양서도 선보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찰스 타운센드 지음·심승우 옮김/한겨레출판·9800원 암살, 납치, 폭파 등 테러 소식을 전해들을 때, 우리는 쉽게 ‘범죄’라고 여긴다. 그러나 막상 테러를 벌인 쪽의 절절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범죄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엔 곤란함을 느낄 때도 있다. 테러리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
지은이는 이러한 서구 강대국들의 대응 속에 깔려 있는 선악의 이분법을 지적하고, “테러리즘에 대한 개념 정의의 문제로 되돌아가자”고 한다. ‘나에게는 테러이지만 누군가에게는 해방 투쟁일 수 있다’는 상대주의적 인식 속에서 대응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곧 ‘공존’을 모색하려는 대응이 아니면 피와 보복의 악순환을 끝낼 수 없다는 충고다. 이 책은 한겨레출판이 새로 내놓은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출간됐다. 한겨레지식문고 시리즈는 올해 옥스퍼드 출판부의 교양문고 시리즈인 ‘아주 짧은 개론서’(Very Short Introduction) 가운데 10권을 엄선해 소개한다. 이번엔 <테러리즘, 누군가의 해방 투쟁>을 비롯해 <인권은 정치적이다>(앤드루 클래펌 지음·박용현 옮김), <기후변화의 정치경제학>(마크 미슬린 지음·조홍섭 옮김), <중동 전쟁이 내 출근길에 미치는 영향은>(클라우스 도드 지음·정승현 옮김), <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 선거 이야기>(샌디 메이젤 지음·정의길 옮김) 등 5권을 먼저 내놨다. 교양문고 시리즈답게 개별 주제 속으로 파고들기 위한 입문 지식들을 풍부히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진보적인 주제의식이 또렷하다. 내년에는 국내 필자들이 쓴 교양서도 선보인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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