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평전 Ⅰ·Ⅱ〉
잠깐독서 /
〈김대중 평전 Ⅰ·Ⅱ〉
“혁명(4·19혁명)이 성공하게 된 요인을 분석해보면, (…) 이 정권의 독재에 대한 반항인 동시에 또한 철두철미한 반공산주의 성격의 것이었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우익 인사의 발언 같지만, 이는 1960년 민주당에서 활동하던 30대 초반의 젊은 정치인 김대중이 그때 정가에서 영향력이 큰 월간지였던 <인물계> 5월호에 기고한 글에 나오는 말이다. 그는 4·19혁명의 역사적 의의를 “반독재 반공의 자유민주혁명”에서 찾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1년을 맞아 두 권짜리 <김대중 평전>을 내놓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무명 시절 김 전 대통령이 <인물계> <사상계> <신태양> 등에 쓴 글들 속에서 철저한 ‘반공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발견해냈다. 군사정권과 수구언론 등이 그에게 잔뜩 덧칠해놓은 ‘빨갱이’ ‘용공분자’ 등의 얼토당토하지 않은 편견을 닦아내기 위해서다. 그는 알려진 것처럼 과격주의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박정희 정권의 3선개헌을 막기 위해 공화당의 타협안을 받아들이자고 주장하는 등 누구처럼 말만 앞세운 실용주의가 아닌 진짜 실용주의를 추구해온 사람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책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최근에는 자서전도 나왔지만, 많은 근현대사 인물들의 평전을 써왔던 지은이의 부담없는 글이 특히 술술 읽힌다. 생전의 김 전 대통령 인터뷰를 포함해 풍부한 사료를 바탕으로 삼아 한국 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김대중이라는 인물의 의미를 밝히려 든 지은이는 평전의 주인공이 평생 추구했던 가치를 ‘민주주의와 화해’로 요약했다. 김삼웅 지음/시대의창·1권 2만2000원, 2권 1만8000원.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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