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의 비극을 넘어〉
잠깐독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
어장·산림·지하수와 같은 자원은 어느 한 사람이 사용하면 딱 그만큼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는 ‘공유 자원’이다. 따라서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게임이론이 제시하는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당연히 남보다 더 많은 자원을 쓰려고 달려들 것이고, 이는 공유 자원 전체의 파괴나 고갈로 이어진다. 1968년 개릿 하딘은 이를 ‘공유재의 비극’이라고 불렀다. 그 뒤 이 비극의 해법을 놓고, 공유 자원을 사유화하면 해결된다는 시장주의와 정부 권력이 통제해야 한다는 통제주의가 맞서왔다.
지난해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은 그의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에서 이 두 논리에 대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도식화한다”며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스위스와 일본의 산림자원 관리, 스페인과 필리핀의 농사용 관개시설 관리 등의 여러 사례를 꼼꼼히 분석한 그는 “공동체의 자발적·자치적인 관리가 공유 자원을 지속 가능하게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국가나 시장이 아닌, 나름의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가지고 공유 자원을 관리해 온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 모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동체가 자치적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뻔한 말이 이 책의 주제는 아니다. 오스트롬은 공동체 자치 관리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근본 이유를 파고든다. 곧 ‘사용자들이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상황’을 어떻게 하면 ‘서로 조율된 전략에 따르는 상황으로 변화시킬 수 있느냐’가 그의 연구 주제다. 무엇이 인간을 협동하게 만드는지, 그 원리를 찾아보자는 것이다. 엘리너 오스트롬 지음, 윤홍근·안도경 옮김/랜덤하우스·1만9800원.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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