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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나는 고발한다…한국언론 뿌리깊은 병폐를

등록 2010-09-03 18:47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김인규 〈한국방송〉 신임 사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한국방송〉 노조원과 사원행동 직원들이 〈한국방송〉 본관 앞에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2년 사이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로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지난해 11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인사인 김인규 〈한국방송〉 신임 사장의 출근을 막기 위해 〈한국방송〉 노조원과 사원행동 직원들이 〈한국방송〉 본관 앞에 모여 농성을 벌이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최근 2년 사이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로 언론의 자유가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권력편·기업편·강자편인 언론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 한다고?
KBS 휴직기자 ‘뼈아픈 내부고발’
〈9시의 거짓말〉
최경영 지음/시사인북·1만2000원

왜 신문과 방송에서는 4대강, 천안함 침몰 등 중요하고 시급한 현안에 대한 심층적인 보도를 찾아볼 수 없는가? 왜 언론들은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앵무새처럼 같은 이야기를 앞다투어 쏟아내는가? 과연 언론은 진실을 보도하고 있는가? 인터넷에만 들어가봐도 언론에 대해 뿌리 깊은 불신과 불만들은 이렇듯 차고 넘친다.

〈9시의 거짓말〉
〈9시의 거짓말〉
<9시의 거짓말>은 한국 언론의 뿌리깊은 병폐를 기자 스스로가 냉철하게 따지고 드는, 이를테면 ‘내부고발’을 하고 있는 책이다. 지은이인 최경영 <한국방송> 기자는 이달의 기자상을 여섯차례 수상하는 등 탐사보도 영역에서 인정을 받아왔으나, 2008년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등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에 맞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 활동을 펼쳤다. 덕분에 스포츠중계팀으로 보복성 인사발령을 받았고, 지금은 일을 쉬며 미국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책 속에서 현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의 실체나 그 앞에서 무력한 방송사의 속사정 등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그의 내부고발은 한국 언론 전체에 뿌리 박혀 있는 병폐를 겨냥한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만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 언론에 대해, 그는 “한국 언론은 몰상식하다”고 일격을 날린다.

노무현 정부 시절 극우 언론들이 한동안 잘 써먹던 ‘세금 폭탄’이라는 말은 왜 갑자기 사라졌을까? 정말로 세금이 줄어들어서일까?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 ‘국가 경제에 치명타’라고 부르대던 언론들은 왜 그룹 총수의 탈세와 배임 혐의 등에 대해서는 같은 논리를 적용하지 않을까? 지은이는 “한국 언론은 사회경제적 강자, 곧 권력과 기업의 편”이라고 지적한다. 강자의 편에 서서 진실보도보다는 당장 돈 되는 보도를 앞세우는 것이 한국 언론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추정과 편견을 사실로 만드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언론인들은 진실을 찾기 위해 ‘회의하는’ 인간이 아닌, 월급쟁이로서 ‘조직에 순응하는’ 인간으로 자리를 잡아간다. 그런 시스템에서 나오는 뉴스는 ‘그 나물에 그 밥’과 같이 싸구려 일용품이 된다.

주식시장 등락의 원인에 대한 기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슬픈 자화상이다. 시간에 쫓기는 기자가 두 줄짜리 기사 내용을 확보하기 위해 애널리스트 몇 명과 5분 남짓 통화를 한다.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정보들만 오가지만, 매체의 권위를 타고 반복적으로 대중에 노출되면서 그것은 ‘사실’로 굳어진다.

지은이는 월가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장기적인 투자를 하는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의 ‘상식’을 한국 언론의 몰상식과 대비한다. 버핏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만 한다”고 주장하는 한국 언론과 달리 “내가 투자한 기업의 다음 분기 실적도 알 수가 없다”고 말한다.


또 몰려다니며 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는 한국 언론과 달리 “세상에 순응하고 추세만 따라서는 바로 볼 수가 없다”고 말한다. 주류의 흐름에 일정한 ‘거리 두기’를 해야 기업의 본질적 가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 언론이 추정과 사실을 뒤섞고 권위를 통해 사실을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추정과 사실을 구분하려 애쓰고 다른 추정도 인정한다.

지은이는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한 ‘비싼 뉴스’의 전달이야말로 언론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돈 버는 것이 목적인 투자자 버핏의 상식보다도 못한 한국 언론의 몰상식을 갈아엎어야 한다. 누가 그렇게 할 것인가? 그는 “언론의 자유는 대중의 자유”라며 “한국의 대형 언론사들은 소비자인 대중의 저항 없이 그들의 이익과 권리를 결코 스스로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국방송>의 새로 온 노조 동료들에게 보내는 에필로그도 뜨겁다. 그는 “케이비에스는 공익적 자유 언론이어야만 존재의 당위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를 회사와 조직의 논리가 아닌, 공익적 자유 언론을 세우기 위한 의지로 이겨내자는 메시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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