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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미뤄둔 책들 이참에 펴볼까요?

등록 2010-09-19 18:44

미뤄둔 책들 이참에 펴볼까요?
미뤄둔 책들 이참에 펴볼까요?
[한가위 읽고 즐길거리] 읽을만한 국내 소설
추석 연휴 동안 읽을 만한 소설들을 소개한다. 올해 출간된 국내 소설들 가운데서 골랐다.


■ 이별하는 골짜기

중견 작가 임철우가 <한겨레>에 연재했던 <백년여관> 이후 6년 만에 낸 소설이다. 제목은 강원도 정선의 간이역 ‘별어곡’(別於谷)을 가리킨다. 이 간이역과 주변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연작 네 편이 모여서 책을 이루었다. 시인의 꿈을 품고 있는 젊은 역무원, 퇴직을 앞둔 늙은 역무원, 위안부로 끌려갔다 돌아온 치매 할머니, 그리고 역 앞 제과점 여자가 각 편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이 남몰래 품어 온 가슴속 정한은 간이역의 쇠락한 풍경과 어우러져 쓸쓸한 독후감을 남긴다. /문학과지성사·1만1000원.

■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5000만원 고료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폭력적이고 무능한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가출한 엄마. 소녀는 이 둘을 가짜 아빠, 가짜 엄마로 단정하고 ‘진짜’ 부모를 찾기 위해 거친 세상으로 나간다. 소녀는 다방 여종업원, 식당 할머니, 폐가의 남자, 떠돌이 각설이패 등에게 차례로 몸을 의탁하고 그러면서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간다. 또래들과 어울리던 소녀가 친구의 복수를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되는 마지막 대목은 읽기에 가슴 아프다. 최진영 지음/한겨레출판·1만1000원.

■ 이슬람 정육점

서울 이태원에는 정육점을 하는 터키 아저씨 하산이 산다. 무슬림에게는 금지된 식품인 돼지고기를 만지작거리는 그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젊은 작가 손홍규의 이 소설에는 터키의 이웃이자 앙숙인 그리스 아저씨 야모스도 등장한다. 6·25 전쟁에 참전한 뒤 한국에 눌러앉은 두 사람에게는 각자 말 못할 사연이 있다. 하산이 입양한 한국 고아 소년 ‘나’가 두 이방인과 충남식당 안나 아주머니, 대머리 아저씨 등 주변 사람들의 회한 어린 삶을 독자에게 실어 나른다. /문학과지성사·9000원.

■ 설계자들

2006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캐비닛>의 작가 김언수의 두 번째 장편이다. ‘푸주’로 불리는 어두운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의 이야기는 일종의 음모론에 해당한다.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암살 사건에는 정치적 배후가 있었다는 것. 설계자들이란 그런 암살을 계획하고 지시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소설은 고아 출신 자객 래생이 이 세계의 주도권을 노리는 신흥 세력에 맞서 펼치는 ‘1인전쟁’을 누아르적 문법에 담는다. 안정적이고 유려한 문장이 일품. /문학동네·1만2000원.


■ 독고준

언론인 출신 작가 고종석의 두 번째 장편소설. 선배 작가 최인훈의 두 장편 <회색인>과 <서유기>에서 대학생으로 나왔던 독고준의 그 뒤 삶을 다루었다. 칠순 넘은 나이에 ‘자유 죽음’을 택한 독고준이 남긴 일기를 그 딸 원이 읽으면서 그에 대해 촌평을 다는 형식을 취했다. 고종석의 독고준은, 최인훈의 소설들에서 갈등을 겪던 두 여성 중 독실한 기독교 신자 순임을 배우자로 택했으며, 관념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소설로 일가를 이루었고, 맏딸의 동성애를 편견 없이 받아들인다. /새움·1만3800원.

■ 가미가제 독고다이

<미실>의 작가 김별아의 이 소설은 2차대전 말기 일본군의 악명높은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에 배치된 조선인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금전만능주의자에 친일파를 부친으로 둔 주인공 하윤식은 술과 계집질로 청춘을 탕진하던 중 형의 애인 현옥을 만나면서 사람이 백팔십도 달라진다. 조선의 비참한 현실에 눈을 뜬 그는 급기야 형을 대신해 가미카제 부대에 자원하기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쪽 자료에 근거한 가미카제 부대의 실태와 훈련 상황 묘사도 흥미롭다. /해냄·1만2000원.

■ 소현

김인숙의 <소현>은 김훈의 <남한산성>이 끝난 자리에서 시작한다. 병자호란 당시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버티다가 결국 삼전도에서 청 태종 앞에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이마를 땅에 찧는 항복의 예를 치르는 것이 <남한산성>의 마지막이었다. <소현>은 그 뒤 선양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의 8년 세월을 다룬다. 적의 땅에서 적과 친구로 지내야 했던 분열증적 심리, 가슴속 말을 차마 다 내뱉지 못하는 약소국 왕자의 서글픔, 절망적인 기다림이 냉정하고 간결한 문체에 얹혀 그려진다. /자음과모음·1만2000원.

■ 천재토끼 차상문

중견 작가 김남일의 <천재토끼 차상문>은 지능지수 200의 ‘토끼인간’ 차상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버클리 유학파 출신으로 서울대 수학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어느 날 교수직을 그만두고 잠적했다가 교육인적자원부와 인터넷 포털 업체 등에 우편 폭탄을 발송한다. 미국의 근본주의적 반문명주의자 ‘유나바머’를 연상케 하는 행동이다. 차상문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색다르게 변주한데다 인류 문명과 생태 및 환경의 문제까지 시야를 넓힌 개성 있는 소설이다. /문학동네·1만원.

최재봉 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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