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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글 운동가 이극로 선생을 잊으셨습니까

등록 2010-10-08 20:28수정 2010-10-08 22:22

해방 뒤 북한서 조선말큰사전 편찬 언어분단 막아
기념사업회, 첫 연구논문집 펴내고 재조명 작업 시동
올해 564번째 한글날을 맞아 ‘잊혀진 한글운동가’ 이극로(1893~1978·사진) 선생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극로박사기념사업회는 최근 ‘이극로의 우리말글 연구와 민족운동’ 연구논문집을 펴내고,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극로 선생은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 등과 함께 일제시대 때부터 해방 뒤까지 한글운동을 주도한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우리말 단체인 조선어학회에서 간사 및 상무이사를 맡아 <조선어사전>을 펴내는 데 큰 기여를 했고, 1942년에는 일제가 일으킨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6년형을 선고받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방 뒤 북한으로 넘어가, 87년 6월 항쟁 이전까지는 그에 대한 연구가 금기시되는 등 남긴 업적에 견줘 제대로 조명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올해 초에야 김승곤 전 한글학회 회장이 대표로 나서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졌고, 이번에 처음으로 연구논문집을 내게 된 것이다.

경남 의령군 출신인 이 선생은 만주 서간도에서 독립운동에 간여했으며, 베를린 대학으로 유학을 간 뒤 일제 규탄 행동을 조직하고 저술을 펴내는 등 본격적인 민족운동을 펼쳤다. 특히 한글운동은 그의 민족운동과 독립운동의 중요한 방향이었다. 유학을 마치고 29년 귀국한 그는 조선어연구회(나중에 조선어학회로 개명)에 입회했으며, 학회의 간사를 맡아 적극적인 한글운동을 벌였다.

특히 그는 강한 실행력으로 ‘한글학자’보다도 ‘한글운동가’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별명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에서 나온 ‘물불’이었다는 사실은 그런 성격을 잘 나타낸다. 그는 한글운동의 기획자로서 한글 맞춤법 통일안 제정(1933), <조선말 큰사전> 편찬(1947) 등의 성과를 일궈냈다. 현재 남북이 함께 추진하다가 남북관계 경색으로 벽에 가로막혀 있는 <겨레말큰사전> 편찬 사업은 이 <조선말 큰사전>의 뒤를 잇는 사업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 선생은 북한에서도 언어정책을 진두지휘하다 78년 별세했다.

이 선생의 업적은 해방과 분단 사이에 민족어의 규범을 미리 확립해 분단체제가 들어선 뒤에도 언어의 분단을 막았다는 데 있다. 때문에 그에 대한 재조명은, 남북이 함께 민족어를 연구하고 평화통일의 기초를 닦을 수 있는 계기를 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박용규 이극로연구소장은 “이 선생은 일제시기와 해방공간에서 한글날과 개천절 행사를 주관했었다”며 “남북이 공동으로 한글날과 개천절 행사를 여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수 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분단 때문에 2000년대 들어서야 학자들이 이극로 선생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 더 많은 연구와 기념사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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