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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보 틀 넘어 ‘녹색+정치’ 세력화에 시동 걸다

등록 2010-11-11 09:09

지난해 11월 ‘포럼 바람과 물’이 연 ‘녹색+정치, 다른 선택을 말하다’ 심포지엄에서 녹색정치 연구모임 활동을 함께 벌이고 있는 참여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
지난해 11월 ‘포럼 바람과 물’이 연 ‘녹색+정치, 다른 선택을 말하다’ 심포지엄에서 녹색정치 연구모임 활동을 함께 벌이고 있는 참여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제공
당 강령 준비 ‘녹색정치 연구모임’
녹색담론 중심에 둔 대안 찾기
지역 자율적 공동체운동 제시
거리두던 현실 정치 개입 선언

소비자 등 대중적 주체 발굴도

개발주의 정권이라고 평가받는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정책방향으로 ‘녹색성장’을 내세우자 이른바 진보진영은 크게 술렁였다. 그동안 ‘녹색’이라는 말은 진보진영에서 주로 써오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그동안 진보진영이 주로 비판의 각을 세워왔던 보수주의 정치세력이나 자본세력 등도 기후변화 대책을 앞세운 녹색성장 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진보진영은 4대강 사업, 핵발전소 확대 등 실제로는 녹색 가치에 어긋나거나 반대되는 정부의 실제 정책들을 들어, ‘진짜 녹색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반대각을 세워왔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도대체 진짜 녹색은 무엇인가? 녹색은 진보의 전유물인가?

‘녹색정치 연구모임’은 진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녹색의 과제를 풀고자 하는 사람들의 공부 모임이다. 모임의 뿌리는 2006년부터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펼쳐온 활동인 ‘포럼 바람과 물’이다. 녹색 대안을 만들자는 취지로 시작한 포럼이 해를 거듭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였고, 2009년부터 더 집중적인 공부를 위해 포럼 안에서 연구모임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10여명의 소장 학자 및 활동가들이 참여하고 있는 작은 규모의 모임이지만, 녹색 담론 하나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다양한 전문가들이 느슨한 ‘생각 그물망’(Think Network) 형태로 묶여 있는 구성도 독특하다. 연구모임을 대표해 최근 <한겨레>와 만난 주요섭 한살림 정읍전주 이사장과 서영표 성공회대 교수의 경우만 봐도, 각각 생활협동조합 활동가, 급진 민주주의 연구자로서 걸어온 길이 많이 다르다. 주 이사장은 ‘독립적인 녹색당 창당’에 관심이 큰 반면 서 교수는 ‘녹색과 사회주의의 만남’을 주된 테마로 삼고 있다. 두 사람은 연방 “모임 안에서도 다른 생각들이 많다”며 다양성을 강조했다.

그렇더라도 연구모임에서 녹색 가치에 대한 공감대는 있을 터, 두 사람은 “무엇보다도 ‘체제 및 세계관의 전환’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자연의 내재적 가치를 따라가는 생명·생태주의, 순환을 중심에 놓는 호혜적 사회관계, 비폭력, 풀뿌리 민주주의 등 이미 잘 알려진 바대로 녹색의 가치는 그 폭이 대단히 넓다. 때문에 녹색 가치는 기존 진보진영의 담론 곳곳에 녹아들었으며, 이젠 보수주의 세력도 ‘친환경’이라는 구호 하나를 내세워 녹색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그러나 녹색 가치를 중심에 놓지 않으면, 다른 담론들로는 결코 메울 수 없는 공백이 생긴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주 이사장은 교육과 노동 분야의 사례를 들었다. 기존의 진보적 관점으로 볼 때 노동 문제의 대안은 주로 고용 확대, 정규직화 등으로 모아지는데, 녹색의 관점에서 보면 임노동 관계 자체를 끊어내는 시민노동이나 살림노동 등 ‘공동체 노동’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경우에도 기존 담론들이 국가 교육체계를 중심에 놓고 고민하는 동안 시민 스스로 조직하는 자율교육, 공동체교육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진보진영에서 논의되고 있는 담론 가운데 하나인 기본소득론 역시 첫 출발은 생태주의로부터의 주장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녹색 담론이 다른 담론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의 한계를 명확히 짚고 지역을 기반으로 한 자율적인 운동 주체들을 끌어내는 등 오직 녹색의 관점에서만 가능한 일들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복지국가 담론에 대해 주 이사장은 “국가적 복지체계는 물론 중요하지만, 자칫 시민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회적 안전망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것을 포괄하는 것이 녹색 담론”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치다. 녹색주의 세력은 그동안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 왔는데, 앞으로는 현실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해졌다는 것이 모임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서 교수는 “녹색 세력이 그동안 선도적인 어젠다를 제시하면서도, 그것을 끌어다 쓰는 다른 정치 세력에 의해 주도권을 뺏겨왔다”며 “녹색 가치를 중심에 두고 정치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엔 자성의 움직임도 있다. 한살림 등의 생협, 지역 공동체 활동 등에 대해 ‘자족적’이라는 비판도 있기 때문이다. 2007년 초록정치연대 등으로 녹색의 정치세력화를 꾸준히 추진해왔던 주 이사장은 “체제적 전환의 가능성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정치 주체를 발견해낸다는 의미도 크다. 서 교수는 “소수의 지식인 중심이 꾸려가는 기존 진보 담론과 달리, 농촌·도시·공동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들의 삶 속에서 녹색 담론을 실천하는 주체들과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기존 담론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소비자들도, 소비라는 구체적인 행위 속에서 생산-소비를 아우르는 자본주의 체제를 인식하고 이를 바꾸고자 하는 정치적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모임은 현재 국내외 정당들의 정책과 강령을 연구해 우리나라 정치 지형에 맞는 녹색당 강령안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를 내년 2월께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독특한 실험의 결과물이 현실 정치 속에서 어떤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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