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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라한 노동시장 성적표, 해법은 쌍끌이 정책

등록 2010-11-18 08:44

한국과 OECD 주요국가 근속연수 비교
한국과 OECD 주요국가 근속연수 비교
김유선 소장 한국 노동지표 비교 분석
경제활동참가율 OECD 25위
고용의 양·질 모두 회원국 바닥

장기근속 꼴찌에 단기근속 1등
정책 마련과 집행 균형 있어야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양극화다. 빈곤과 불평등 등 결과로서 나타나는 사회 양극화 뒤에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작용하는 노동시장 양극화가 버티고 있다. 때문에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한 해법은 사회정책 분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한국사회정책학회는 오는 19일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에서 ‘노동시장 양극화와 사회정책과제’라는 이름으로 추계 학술대회를 연다. 노동시장 양극화에 대해 어떤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지 찾아보려는 시도다.

이날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내용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현황에 대한 김유선(사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의 분석이다. 김 소장은 노동과 관련된 우리나라의 각종 지표들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견줘봤다. 객관적 지표들을 통해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특징은 무엇인지,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살펴보는 새로운 시도다.

종합적인 접근법을 살펴보면, 김 소장은 객관적 지표들을 취합해 ‘고용의 양’과 ‘고용의 질’을 가리키는 지표를 산출하는 방법을 썼다. 경제활동참가율·실업률·고용률 등은 고용의 양에, 고용안정·임금·노동시간·산업재해·만족도·노사관계·사회보장 등은 고용의 질에 해당한다.

개별 지표들만 봐도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양과 질 모두에서 ‘최악의 상황’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경제활동참가율은 65.4%로 경제협력개발기구 30개 회원국 가운데 25위, 고용률은 62.9%로 20위다. 실업률이 3.8%로 2위로 나타나지만, 이는 여러 차례 지적됐듯 “구직활동을 포기한 노동자들이 비경제활동인구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자 비중도 68.7%로 26개국 가운데 23위에 불과하다.


고용의 질 분야는 더더욱 최악이다. 근속연수가 10년 이상인 장기근속자 비율은 16.5%에 불과해 23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가 평균은 33.4%에 달한다. 반면 단기근속자 비율은 37.2%로 23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데, 평균은 17%에 그칠 뿐이다. 이에 따라 직장유지율(장기근속자 비율에서 단기근속자 비율을 뺀 수치)은 -20.7%(평균은 16.4%), 평균 근속연수는 4.9년(평균은 9.7년)이다.

비정규직 분야를 보면, 임시직 비율은 21.3%로 26개 회원국 가운데 네 번째로 높고, 비자발적 파트타임 비율은 6.2%로 27개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다. 종합해보면, 한국은 근속연수든 비정규직 기준이든 회원국 가운데 가장 고용이 불안정한 나라인 셈이다.

다른 분야는 어떤가? 하위 10% 임금에 견준 상위 10%의 임금을 나타내는 임금불평등 지수는 5.23배로 멕시코 다음으로 높으며, 저임금 계층 역시 25.4%로 21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잘 알려진대로 연간 노동시간은 2256시간(평균 1687시간)으로 세계 최장이며, 산업재해를 말해주는 중대재해율도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하다. 성별 고용률 격차·성별 임금격차·성불평등지수 등 고용평등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생활 및 직업에 대한 만족도, 노조 조직률, 사회복지 지출도 세계에서 가장 낮다.


김유선 소장
김유선 소장
이런 지표들을 종합 지표로 묶어보면, 노르딕(덴마크·핀란드 등) > 유럽대륙(프랑스·독일 등) > 앵글로색슨(미국·영국·호주 등) > 동유럽(체코·헝가리 등) > 남부유럽(그리스·이탈리아 등) 등 노동시장의 성격별로 전반적인 성적표가 작성된다. 한국은 고용의 양 분야에선 30개국 가운데 22위, 고용의 질 분야에선 30개국 가운데 30위로 나타났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고용의 양은 동유럽과 비슷한 수준, 고용의 질은 남부 유럽보다도 못할 정도로 노동시장이 후진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초라한 성적표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결과인가? 유길상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외환위기 뒤로 성장-고용-분배의 선순환구조가 약화·파괴되면서 노동시장 양극화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또 탈산업화 현상이 급격히 진행되며 유노조·대기업·정규직과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 등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김유선 소장은 “양극화가 끼친 영향이 큰 것은 분명하지만, 양극화 이전에 우리 노동시장에 있던 후진적 요소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정책적 접근 방향에서도 ‘균형’을 강조한다. 노사관계 정책과 노동시장 정책, 법·제도의 마련과 해석·집행 등을 ‘쌍끌이’로 균형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 미달, 사내하청 등은 기존에 있는 법적 수단으로도 해결이 가능한 문제들이 있는데, 우리 사회가 그동안 사회적 대타협이나 새로운 법·제도 마련 등에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버렸다는 지적이다. 그는 “예컨대 현 정부의 경우 정책방향을 고용의 양에만 맞출 뿐 고용의 질을 돌보지 않는다”며 “어느 정부든 통합적인 관점으로 정책을 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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