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청암홀에서 열린 한겨레말글연구소 제6차 학술발표회 ‘언론언어 공공성 점검 잣대 잡기’에서 리의도 춘천교육대학교 교수(왼쪽)가 어문규범과 언론언어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오른쪽은 토론자인 이경우 한국어문기자협회 회장이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한겨레말글연구소 ‘언론언어 공공성 점검 잣대 잡기’ 학술발표회
이광석 교수 ‘자격 없는 외국어’ 사회적 규제 도입 제안
김한샘 연구원 “시청자·제작진이 공공성 목표 공유를”
최인호 소장 “쉽고 바르고 고운 말을 신문언어 잣대로” 국어가 아닌 외래요소를 언어로 쓰려는 욕구를 인정하는 대신 여기에 부담금을 물려 국어발전기금을 조성하자는 색다른 제안이 나왔다. 한겨레신문사 부설 한겨레말글연구소가 25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언론언어 공공성 점검 잣대 잡기’라는 주제로 연 제6차 학술발표회에서 이광석 경북대 교수(정책학)는 “공동체의 윤리만으로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언어로서 외국어를 선택할 자유를 인정하되, 사회적 규제 장치로서 외국어를 쓸 때 국어발전기금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 언어의 문제가 고유한 언어공동체를 중시하는 주장과 언어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데 있다고 봤다. 지방자치단체가 쓰고 있는 상징 구호에서 ‘FAST CHEONAN’(FAST는 first, abundant, satisfied, technologic의 첫 글자, 충남 천안시)과 같은 말이 쓰이는 등 영어에 대한 선택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언어공동체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현상의 한 특징은 강자의 위치에 서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는 반면에 약자의 경우는 시장에서 강자와 경쟁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말글살이를 자유롭게 하려고 공동체의 규칙을 깨뜨리는 이에게 그에 상응하는 부담금을 부과하면 그런 경향은 완화될 것”이라고 봤다. 곧 전체 외국어를 국어로 순화할 수 없는 ‘자격 있는 외국어’와 그렇지 않은 ‘자격 없는 외국어’로 나눠, 자격 없는 외국어를 쓰는 이들에겐 부담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어기본법을 개정해 영화발전기금과 같은 국어발전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대전의 유성구에서 ‘테크노동’이라는 이름을 짓고자 한다면, 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국어발전기금으로 쓰일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국가와 사회 영역에서 국어 현상을 살펴보는, 가칭 ‘국어문화평가사’와 같은 새로운 직종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텔레비전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쓰는 말에 어떤 공공성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방송언어에 대한 발표를 한 김한샘 국립국어원 연구원은 “방송언어의 공공성을 확인하고,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방송언어를 진단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지나친 정책적 간섭이 방송의 독립성·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도 있지만, “그 권위와 파급력을 고려할 때 방송언어는 공공언어로 봐야 하며,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여부와 별개로 그 공공성을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사회적 관심사가 된 방송언어의 문제점들을 분석해, 공공언어로서 방송언어가 갖춰야 할 요건을 정확성·품격성·공정성·용이성 등으로 정리했다. 토론에 나선 강재형 문화방송 아나운서는 “비판 일변도의 접근이 아니라 공공성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길을 찾자”며 매체와 학계, 정부, 또는 매체들 사이에 이를 심의·협의·결정하는 상설체를 만드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신문언어에 대한 발표를 맡은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은 “신문언어의 공공성은 우선 한국어다우냐 아니냐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글답지 못할수록 쉽게 읽히거나 전달이 안 된다는 점에서 “쉽고 바르고 고운 말을 썼느냐”는 잣대로 신문언어의 공공성을 잴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실제 공공성 점검을 위해 40여개의 항목으로 이뤄진 ‘신문언어 공공성 점검 잣대’(시안)를 제시했다. 리의도 춘천교육대 교수는 ‘언론매체의 언어와 어문 규범’ 발표를 통해 한글맞춤법, 각종 표기법 등 실제 어문 규범을 들이대 한국 언론매체의 언어 실상을 분석했다. ‘입장이다’, ‘전망이다’ 등으로 끝나는 명사문이 어문 규범에는 안 맞지만 언론매체에서 폭넓게 쓰고 있는 것 등 풍부한 사례를 들었다. 리 교수는 “언론매체의 언어와 언어 규범이 따로 놀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한국어의 기초 질서,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김한샘 연구원 “시청자·제작진이 공공성 목표 공유를”
최인호 소장 “쉽고 바르고 고운 말을 신문언어 잣대로” 국어가 아닌 외래요소를 언어로 쓰려는 욕구를 인정하는 대신 여기에 부담금을 물려 국어발전기금을 조성하자는 색다른 제안이 나왔다. 한겨레신문사 부설 한겨레말글연구소가 25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언론언어 공공성 점검 잣대 잡기’라는 주제로 연 제6차 학술발표회에서 이광석 경북대 교수(정책학)는 “공동체의 윤리만으로 개인의 선택의 자유를 막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언어로서 외국어를 선택할 자유를 인정하되, 사회적 규제 장치로서 외국어를 쓸 때 국어발전기금에 대한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현재 우리 언어의 문제가 고유한 언어공동체를 중시하는 주장과 언어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데 있다고 봤다. 지방자치단체가 쓰고 있는 상징 구호에서 ‘FAST CHEONAN’(FAST는 first, abundant, satisfied, technologic의 첫 글자, 충남 천안시)과 같은 말이 쓰이는 등 영어에 대한 선택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언어공동체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언어현상의 한 특징은 강자의 위치에 서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는 반면에 약자의 경우는 시장에서 강자와 경쟁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말글살이를 자유롭게 하려고 공동체의 규칙을 깨뜨리는 이에게 그에 상응하는 부담금을 부과하면 그런 경향은 완화될 것”이라고 봤다. 곧 전체 외국어를 국어로 순화할 수 없는 ‘자격 있는 외국어’와 그렇지 않은 ‘자격 없는 외국어’로 나눠, 자격 없는 외국어를 쓰는 이들에겐 부담금을 물리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어기본법을 개정해 영화발전기금과 같은 국어발전기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대전의 유성구에서 ‘테크노동’이라는 이름을 짓고자 한다면, 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국어발전기금으로 쓰일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이에 따라 국가와 사회 영역에서 국어 현상을 살펴보는, 가칭 ‘국어문화평가사’와 같은 새로운 직종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텔레비전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매체에서 쓰는 말에 어떤 공공성을 요구할 것인지에 대해 전반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방송언어에 대한 발표를 한 김한샘 국립국어원 연구원은 “방송언어의 공공성을 확인하고, 공공성이라는 관점에서 방송언어를 진단할 기준이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지나친 정책적 간섭이 방송의 독립성·창의성을 해칠 수 있다는 논리도 있지만, “그 권위와 파급력을 고려할 때 방송언어는 공공언어로 봐야 하며, 정부의 정책적 개입 여부와 별개로 그 공공성을 따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 사회적 관심사가 된 방송언어의 문제점들을 분석해, 공공언어로서 방송언어가 갖춰야 할 요건을 정확성·품격성·공정성·용이성 등으로 정리했다. 토론에 나선 강재형 문화방송 아나운서는 “비판 일변도의 접근이 아니라 공공성을 끌어올리는 실질적인 길을 찾자”며 매체와 학계, 정부, 또는 매체들 사이에 이를 심의·협의·결정하는 상설체를 만드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신문언어에 대한 발표를 맡은 최인호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은 “신문언어의 공공성은 우선 한국어다우냐 아니냐에서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글답지 못할수록 쉽게 읽히거나 전달이 안 된다는 점에서 “쉽고 바르고 고운 말을 썼느냐”는 잣대로 신문언어의 공공성을 잴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소장은 실제 공공성 점검을 위해 40여개의 항목으로 이뤄진 ‘신문언어 공공성 점검 잣대’(시안)를 제시했다. 리의도 춘천교육대 교수는 ‘언론매체의 언어와 어문 규범’ 발표를 통해 한글맞춤법, 각종 표기법 등 실제 어문 규범을 들이대 한국 언론매체의 언어 실상을 분석했다. ‘입장이다’, ‘전망이다’ 등으로 끝나는 명사문이 어문 규범에는 안 맞지만 언론매체에서 폭넓게 쓰고 있는 것 등 풍부한 사례를 들었다. 리 교수는 “언론매체의 언어와 언어 규범이 따로 놀지 않도록 서로 노력해야 한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한국어의 기초 질서,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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