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원자〉
〈사회적 원자〉
인간이 만들어내는 현상들 속에서 ‘상관관계’를 찾으려 드는 많은 사회과학자들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현상들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인간은 합리적인 존재로 자신의 이득을 위해 행동한다’는 가설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 들었던 경제학의 전통적인 아이디어는 이미 무너졌다. 그렇다고 옛 현인들의 말씀을 새기고 또 새기는 것이 세상만사를 설명해줄 수 있을까?
지은이 마크 뷰캐넌은 “물리학으로 인간 세상을 보라”고 주장한다. 과학 칼럼니스트인 그는 “물리학이 원자의 패턴을 읽듯, 인간을 ‘사회적인 원자’로 보고 그 패턴을 읽어야 한다”고 말한다. 복잡한 인간 세상에서 어떤 패턴을 읽어내는 일은 무척 어려울 것 같지만, 여기에 필요한 것은 오히려 단순한 접근이다. 미국의 대도시에서 흑인은 빈곤한 도심지역에, 백인은 부유한 교외에 모여 사는 인종 분리 현상은 인종주의의 영향일까? 체스판 위에서 흑백 동전으로 펼친 토머스 셸링의 실험은, 인종주의가 아니라 ‘단지 고립된 소수가 되기 싫다’는 생각만으로도 전체 사회에서 완벽한 인종 분리가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은이는 “인간이 원자나 분자처럼 단순한 법칙을 따른다고 보고 그 패턴을 읽자”고 한다. 그는 기존의 다양한 실험과 사례를 연구해 ‘사회 물리학’을 펼쳐간다. 인간, 곧 사회적 원자의 본질은 두 가지다. 끊임없이 상황에 적응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합리성보다도 석기시대에 진화했던 마음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 마크 뷰캐넌 지음·김희봉 옮김/사이언스북스·1만5000원.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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