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유윤한 옮김/21세기북스·1만2000원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묵직한 주제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한편, 제목에서부터 아예 대놓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의 스님이 쓴, 일종의 수행법에 대한 책인 <생각 버리기 연습>은 지난 9월께 출간돼 여태껏 15만부가량 팔렸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종합 4위로까지 진입해 꽤나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복잡한 세상사에 고달픈 현대인들의 마음을 달래준다는 점에서, 명상이나 수행, 종교적 가르침을 다루는 책들은 보통 독자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편이다. 특히 지은이의 ‘높은 법력’이 알려져 있을수록 독자들의 관심은 커진다. 오쇼 라즈니시나 틱낫한 등이 대표적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이 누리는 인기의 배경에도 지은이인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에 대한 관심이 있다. 연륜이 그득히 쌓인 오쇼 라즈니시나 틱낫한의 모습과 달리, 책 표지와 광고에서 볼 수 있는 고이케 스님은 말끔하고 앳된 미소년의 모습이다. 올해로 서른두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승려가 된 그는, 야마구치현 태생으로 현재 쓰키요미지의 주지를 맡고 있다. 일본의 명문대인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한 ‘고학력’과 대학을 다닐 때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한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원산지’인 일본에서 고이케 스님에 대한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그가 쓴 일곱권의 책들은 모두 1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으며, 올해 2월 출간된 <생각 버리기 연습>은 여태껏 24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그의 높은 인기는 외모와 나이, 색다른 이력뿐 아니라 그가 펼치는 이색적인 승려 행보에서 비롯한다. 그는 한달에 15일 동안 묵언수행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고 좌선을 지도하는 등 대중적인 활동을 펼친다. 2003년에는 ‘가출공간’이라는 누리집을 만들어 직접 쓰고 그린 만화와 에세이를 올려 마음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아예 절과 카페의 기능을 합친 ‘이에데 카페’(iede cafe)라는 공간을 열었다. 또 문화센터에 나가 좌선을 지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중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그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끌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오감(五感)으로 느끼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 역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고이케 스님은 “우리의 뇌는 자극을 추구하는데, 평범한 일상 속에선 별일이 없기 때문에 생각은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며 “과감하게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생각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지, 자신의 감각을 되살리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단지 지은이에 대한 관심만으로 이 책의 인기를 설명할 순 없다. ‘팬심’을 말하기엔, 국내에서 고이케 스님의 인기는 일본에서처럼 선풍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편집한 21세기북스의 편집자 김선미씨는 “‘생각을 버린다’는 책의 제목부터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출판사에서 이 책의 출간을 계획하게 된 계기도 제목이 지닌 힘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곧 ‘더 많이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환경 속에 빠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각을 버리라’는 말 한마디가 강렬한 메시지로 작용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유윤한 옮김/21세기북스·1만2000원 <정의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묵직한 주제로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한편, 제목에서부터 아예 대놓고 “생각하지 말라”고 말하는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의 스님이 쓴, 일종의 수행법에 대한 책인 <생각 버리기 연습>은 지난 9월께 출간돼 여태껏 15만부가량 팔렸다. 최근에는 베스트셀러 종합 4위로까지 진입해 꽤나 뜨거운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복잡한 세상사에 고달픈 현대인들의 마음을 달래준다는 점에서, 명상이나 수행, 종교적 가르침을 다루는 책들은 보통 독자들의 관심을 잡아끄는 편이다. 특히 지은이의 ‘높은 법력’이 알려져 있을수록 독자들의 관심은 커진다. 오쇼 라즈니시나 틱낫한 등이 대표적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이 누리는 인기의 배경에도 지은이인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에 대한 관심이 있다. 연륜이 그득히 쌓인 오쇼 라즈니시나 틱낫한의 모습과 달리, 책 표지와 광고에서 볼 수 있는 고이케 스님은 말끔하고 앳된 미소년의 모습이다. 올해로 서른두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승려가 된 그는, 야마구치현 태생으로 현재 쓰키요미지의 주지를 맡고 있다. 일본의 명문대인 도쿄대 교양학부를 졸업한 ‘고학력’과 대학을 다닐 때 결혼했다가 2년 만에 이혼한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원산지’인 일본에서 고이케 스님에 대한 인기는 폭발적이다. 지난해 그가 쓴 일곱권의 책들은 모두 10만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였으며, 올해 2월 출간된 <생각 버리기 연습>은 여태껏 24만부나 팔렸다고 한다. 그의 높은 인기는 외모와 나이, 색다른 이력뿐 아니라 그가 펼치는 이색적인 승려 행보에서 비롯한다. 그는 한달에 15일 동안 묵언수행을 하고 나머지 시간을 활용해 글을 쓰고 좌선을 지도하는 등 대중적인 활동을 펼친다. 2003년에는 ‘가출공간’이라는 누리집을 만들어 직접 쓰고 그린 만화와 에세이를 올려 마음 다스리는 법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나중에는 아예 절과 카페의 기능을 합친 ‘이에데 카페’(iede cafe)라는 공간을 열었다. 또 문화센터에 나가 좌선을 지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대중과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소통하는 그의 행보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감을 끌었다. “생각을 하지 않고 오감(五感)으로 느끼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그의 가르침 역시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고이케 스님은 “우리의 뇌는 자극을 추구하는데, 평범한 일상 속에선 별일이 없기 때문에 생각은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며 “과감하게 생각을 버리라”고 말한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생각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지, 자신의 감각을 되살리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친절하게 제시한다. 그러나 단지 지은이에 대한 관심만으로 이 책의 인기를 설명할 순 없다. ‘팬심’을 말하기엔, 국내에서 고이케 스님의 인기는 일본에서처럼 선풍적이진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편집한 21세기북스의 편집자 김선미씨는 “‘생각을 버린다’는 책의 제목부터가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출판사에서 이 책의 출간을 계획하게 된 계기도 제목이 지닌 힘에 끌렸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곧 ‘더 많이 생각하라’고 강요하는 환경 속에 빠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생각을 버리라’는 말 한마디가 강렬한 메시지로 작용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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