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립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4대강 공사·천안함 왜곡…
암울한 현실에 던지는 희망
암울한 현실에 던지는 희망
오늘도 그립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이철수 지음/삼인·1만2000원 “늦은 저녁에 뜰에 나가 앉았습니다. … 멀리 큰길에 흘러가는 자동차 불빛을 보면서 세상을 생각했습니다. 세상 아무리 더럽고 바빠도, 심을 것 심고 갈아엎을 것 갈아엎고 해야지! 하는 심사로 뼈마디가 아프도록 일하지만 세상을 다 잊고 살지 못합니다. 웬만해야지요! 거짓말! 마음에 와 있는 화두 같은 한마디가 그랬습니다. 거짓말! 거짓말로 지새는 온갖 권력들에게 나와 우리 시대를 맡겨 놓고 사는 하루하루가, 온몸이 아픈 고된 삽질과 흙일보다 더 힘듭니다. 진심으로 그랬습니다.” 제천서 농사지으며 그림으로 시를 쓰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매년 연말에 일상적 삶의 체험에 실어내는 고아하고 고원한 촌철살인의 시정세계 ‘나뭇잎 편지’ 여섯 번째 모음 <오늘도 그립습니다>는 유난히 쓸쓸하고 힘겨워 보인다. “먹성이 좋은 벌레가 큰 강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 진물과 고름의 강이 이럴까? 이렇게, 국토의 죽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침묵의 공범이 된 우리는, 주검과 동거하는 엽기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4대강 죽이기’에 대한 탄식은 되풀이된다. “여주 강을 보았습니다. 보 막는 공사로 여강이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살린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영생을 말하면서 독살을 자행하던 사교집단을 생각했습니다. 가서 보시면 압니다.”
시퍼런 꽃잎들로 떠가는 천안함 희생자 추모도 거듭된다. “바닷속에서 젊은이들 숨이 끊어지는 동안, 거짓말이라고 해야 할 해명과 설명과 발표에 치를 떱니다. 눈에 훤하게 보이는 걸, 어렵지 않게 알겠는 걸, 숨기고 덮고….” 학교 어린이들 무상급식 소식엔 세금 더 내라면 기꺼이 더 내겠다고 했고, <친일인명사전> 발간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충분치도 못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 굴욕의 시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라고 했으며, 금융 투기세력한테 놀아나는 유럽 서민들 처지가 남의 일이 아니라며 걱정했다.
아이들에게는 놀 시간을, 어른들에게는 쉴 시간을 주지 않는 “우리를 부리는 무서운 주인”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묻기도 했다. 그리하여 “신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고 고통의 비명이 그치지 않는 … 그런 하루하루. 우리 시대”를 그는 슬퍼한다.
하지만 이철수 판화는 언제나 바로 그 지점에서 새로 시작한다. “자신을 돌아보고 제 안에서 존재를 긍정하는 작은 빛을 찾아야 합니다.” “내 안에 있는 뭇 생명. 내 안에 있는 세계.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고 하는 그 마음이 가능성입니다. 한 걸음씩, 자신과 이웃을, 긍정하고 또 긍정해야 합니다. … 자기 이해와 욕심으로는 존재와 세계의 실상을 보지 못한다고 지혜로운 이들이 일러주셨습니다. … 욕심 하나씩 내려놓기. 조금 더 나누기. 더 많이 행동하고 저항하기. … 일상의 변화로 시작해야 합니다. 세상 눈치 보지 않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한승동 선임기자
이철수 지음/삼인·1만2000원 “늦은 저녁에 뜰에 나가 앉았습니다. … 멀리 큰길에 흘러가는 자동차 불빛을 보면서 세상을 생각했습니다. 세상 아무리 더럽고 바빠도, 심을 것 심고 갈아엎을 것 갈아엎고 해야지! 하는 심사로 뼈마디가 아프도록 일하지만 세상을 다 잊고 살지 못합니다. 웬만해야지요! 거짓말! 마음에 와 있는 화두 같은 한마디가 그랬습니다. 거짓말! 거짓말로 지새는 온갖 권력들에게 나와 우리 시대를 맡겨 놓고 사는 하루하루가, 온몸이 아픈 고된 삽질과 흙일보다 더 힘듭니다. 진심으로 그랬습니다.” 제천서 농사지으며 그림으로 시를 쓰는 판화가 이철수씨가 매년 연말에 일상적 삶의 체험에 실어내는 고아하고 고원한 촌철살인의 시정세계 ‘나뭇잎 편지’ 여섯 번째 모음 <오늘도 그립습니다>는 유난히 쓸쓸하고 힘겨워 보인다. “먹성이 좋은 벌레가 큰 강을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 진물과 고름의 강이 이럴까? 이렇게, 국토의 죽음이 시작되었습니다. 침묵의 공범이 된 우리는, 주검과 동거하는 엽기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4대강 죽이기’에 대한 탄식은 되풀이된다. “여주 강을 보았습니다. 보 막는 공사로 여강이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살린다는 말은 거짓말입니다. 영생을 말하면서 독살을 자행하던 사교집단을 생각했습니다. 가서 보시면 압니다.”
오늘도 그립습니다- 이철수의 나뭇잎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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