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 시대-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
‘인류 정신사의 축’ 공자·부처…
인간의 내면 탐구활동에 주목
“자비의 윤리·배려를 배워라”
인간의 내면 탐구활동에 주목
“자비의 윤리·배려를 배워라”
<축의 시대-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
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3만2000원 인류의 역사는 서로를 파괴해온 폭력과 갈등의 역사이지만, 이를 괴로워하며 인간성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종교와 철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간 정신의 역사는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역사의 기원과 목표>라는 책에서 ‘축의 시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정신적 발전의 축이 마련된 공통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축의 시대>(원제 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이러한 ‘축의 시대’를 대략 기원전 900년에서 기원전 200년 사이로 보고, 세계의 네 지역에서 일어난 정신적 탐구의 역사를 펼쳐낸다. 당시 이 지역들 사이에는 문명사적인 교류가 없었지만, 각각의 지역에서 벌어진 치열한 인간 정신의 탐구의 결과는 거의 일치된 방향으로 나아갔다. 지은이는 그것을 ‘자비의 윤리’라고 본다. 축의 시대를 거치며 탄생한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 등은 지금까지도 인간 정신의 젖줄이 되고 있다.
축의 시대 이전 대부분의 고대 인류에겐 주로 하늘이나 자연물, 조상 등 인간 바깥에 있는 존재들이 종교적 탐구의 중심이었다. 이들은 주로 초월적 존재를 믿었으며 이를 기리는 ‘제의’라는 형식을 통해 영적인 생활을 펼쳤다. “제의에서 신들을 모방하고 세속적 삶의 외롭고 덧없는 개인성을 버릴 때 (참된) 인간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축의 시대를 이끈 현자들은 초월적 존재로부터 인간의 내면으로 눈을 돌렸다.
그 시작을 연 것은 기원전 9세기 인도의 사제들이었다. 제의와 희생제에 대한 지침서인 <브라흐마나>를 보면, 이들은 제의를 드리는 사람의 정신적 상태를 강조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간 내면을 탐구했다. 여기에서부터 진정한 나, 곧 ‘아트만’을 강조하는 인도의 축의 시대가 열렸다. 이스라엘에선 바빌로니아 침공으로 비참한 시기를 겪었던 기원전 6세기에 이르러 축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예레미야 등 예언자들은 민족적 고난 속에서도 원한과 복수가 아닌 모든 생명의 신성함을 인정하는 영성을 발견했다.
‘하늘을 섬기는 도’(天道)가 흔들리고 춘추전국시대라는 전란을 맞게 된 중국에선 기원전 5세기 공자의 등장이 본격적인 축의 시대를 열었다. 공자는 인간 내면에 있는 이타심으로 천도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독특한 길을 걸었던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6세기 태동한 합리주의와 기원전 5세기에 번영한 비극이 자기 탐구와 공감의 발견을 통해 축의 시대를 이끌었다. 인류 정신사에 큰 기여를 한 인물들이 이러한 축의 시대를 수놓았다. 중국에서는 공자와 맹자를 비롯해 제자백가가 일어났고, 인도에서는 붓다가 된 고타마 싯다르타가 나왔다. 이스라엘에서는 아모스, 이사야, 에스겔 등 선구적인 예언가들이,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와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이 탄생했다. 저마다의 축의 시대들은 “자비, 존중, 보편적 관심이라는 이상을 공유한다.” 축의 시대는 지금 인류가 사는 시대와 마찬가지로 잔혹한 폭력과 갈등이 넘쳤던 시대였다. 그러나 그 시대의 현자들은 이러한 공격에 맞서 영적인 발견을 이뤄냈고, 그들의 초점은 ‘자기중심주의’를 버리는 방법으로 모였다. 지은이는 “각각의 전통은 각기 그 나름의 방식으로 ‘네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라’라는 황금률을 정리해냈다”고 말한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랍비의 계명이나, “남이 너에게 하기를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배려’(恕)”를 중요시하는 공자의 말씀이나,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해 눈물을 흘리도록 만드는 그리스 비극이나 모두 ‘자비의 윤리’라는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은이는 이러한 종교와 철학의 참뜻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종교의 형식이나 교리에 얽매이는 현재의 인간세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인간 존중의 마음을 키우도록 도와줘야 할 종교조차 종종 우리 시대의 폭력과 절망을 반영한다”며, 축의 시대로부터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 자연재해, 기근, 궁핍, 질병 등 갖은 고난이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지금, 우리가 축의 시대로부터 물려받아야 할 전통과 유산은 더욱 절실하다는 얘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카렌 암스트롱 지음·정영목 옮김/교양인·3만2000원 인류의 역사는 서로를 파괴해온 폭력과 갈등의 역사이지만, 이를 괴로워하며 인간성의 본질을 끊임없이 탐구해온 종교와 철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간 정신의 역사는 어디에서 비롯됐는가? 독일의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역사의 기원과 목표>라는 책에서 ‘축의 시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의 정신적 발전의 축이 마련된 공통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의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은 <축의 시대>(원제 The Great Transformation)에서 이러한 ‘축의 시대’를 대략 기원전 900년에서 기원전 200년 사이로 보고, 세계의 네 지역에서 일어난 정신적 탐구의 역사를 펼쳐낸다. 당시 이 지역들 사이에는 문명사적인 교류가 없었지만, 각각의 지역에서 벌어진 치열한 인간 정신의 탐구의 결과는 거의 일치된 방향으로 나아갔다. 지은이는 그것을 ‘자비의 윤리’라고 본다. 축의 시대를 거치며 탄생한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 등은 지금까지도 인간 정신의 젖줄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레미야.
‘하늘을 섬기는 도’(天道)가 흔들리고 춘추전국시대라는 전란을 맞게 된 중국에선 기원전 5세기 공자의 등장이 본격적인 축의 시대를 열었다. 공자는 인간 내면에 있는 이타심으로 천도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역과 달리 독특한 길을 걸었던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6세기 태동한 합리주의와 기원전 5세기에 번영한 비극이 자기 탐구와 공감의 발견을 통해 축의 시대를 이끌었다. 인류 정신사에 큰 기여를 한 인물들이 이러한 축의 시대를 수놓았다. 중국에서는 공자와 맹자를 비롯해 제자백가가 일어났고, 인도에서는 붓다가 된 고타마 싯다르타가 나왔다. 이스라엘에서는 아모스, 이사야, 에스겔 등 선구적인 예언가들이, 그리스에서는 소크라테스와 같은 위대한 철학자와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위대한 작가들이 탄생했다. 저마다의 축의 시대들은 “자비, 존중, 보편적 관심이라는 이상을 공유한다.” 축의 시대는 지금 인류가 사는 시대와 마찬가지로 잔혹한 폭력과 갈등이 넘쳤던 시대였다. 그러나 그 시대의 현자들은 이러한 공격에 맞서 영적인 발견을 이뤄냈고, 그들의 초점은 ‘자기중심주의’를 버리는 방법으로 모였다. 지은이는 “각각의 전통은 각기 그 나름의 방식으로 ‘네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마라’라는 황금률을 정리해냈다”고 말한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랍비의 계명이나, “남이 너에게 하기를 원치 않는 일을 남에게 하지 않는 ‘배려’(恕)”를 중요시하는 공자의 말씀이나, 등장인물의 감정에 공감해 눈물을 흘리도록 만드는 그리스 비극이나 모두 ‘자비의 윤리’라는 같은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은이는 이러한 종교와 철학의 참뜻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종교의 형식이나 교리에 얽매이는 현재의 인간세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인간 존중의 마음을 키우도록 도와줘야 할 종교조차 종종 우리 시대의 폭력과 절망을 반영한다”며, 축의 시대로부터 “무엇을 믿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전쟁, 자연재해, 기근, 궁핍, 질병 등 갖은 고난이 인류를 둘러싸고 있는 지금, 우리가 축의 시대로부터 물려받아야 할 전통과 유산은 더욱 절실하다는 얘기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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