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9일 한국전쟁 민간인 피해자 유가족과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영조 진실화해위원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오는 31일 활동 종료를 앞두고 종합보고서 발간을 준비하고 있는 진실화해위는, 이명박 정권 출범 뒤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 위원회를 장악한 뒤 ‘오히려 진실을 덮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역사비평’ 겨울호 특집
‘역사비평’ 겨울호 특집
진실규명 성과냈지만 단편 해결 한계
결과물 이행 위한 시민사회 과제 제시 2010년이 저문다. 올해는 한·일 강제병합 100년, 한국전쟁 발발 60년, 4·19 50년, 광주항쟁 30년 등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역사적 사건들이 저마다의 반환점을 돌았던, ‘역사의 해’였다. 때마침 국가가 주도했던 과거청산 관련 기구들도 올해로 대부분 활동을 마치게 된다. 그러나 과거청산은 아직도 ‘미완’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계간지 <역사비평>은 겨울호에서 ‘미완의 과거청산’이라는 주제의 특집을 다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대부분의 과거사 청산 기구의 활동들은 기득권 세력의 방해로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동안 국가가 주도했던 과거사 청산 작업의 결과물들을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계승할 수 있는지가 과제로 꼽힌다. 오는 31일자로 문을 닫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그동안 수집·조사한 자료들이 비공개로 묻혀질 수 있다는 우려(<한겨레> 25일치 5면)는 단적인 사례다. 한성훈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청산과 민주주의 실현’에서 대표적인 국가주도 과거청산 작업이었던 진실화해위 활동의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과거청산은 한 국가가 민주주의로 이행해가면서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 곧 ‘이행기 정의’(transitional justice)라고 풀이된다. 진실 규명, 제도적 개선 등 비사법적 과정까지 포함하는 ‘진실위원회’는 국제적으로 가장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행기 정의의 형태다. 법적 처리만으로는 이행기 정의가 아닌 ‘승자의 정의’가 대두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행기 정의의 한 과정으로서 진실화해위 활동은 많은 성과를 남겼다. 전체 1만1172건 가운데 8468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했고, 국가 사과와 법령 정비, 역사기록 반영, 인권평화 교육 등 국가기관들에 대해 이행기 정의에 부합하는 권고 활동도 펼쳤다. 국가폭력 피해자의 정체성을 복원해 권력에 대한 저항과 투쟁의 의미를 새기고, 급진적인 민주화를 이끄는 ‘이데올로기 민주화’의 구실도 해냈다. 그러나 한계도 많았다. 한 연구원은 제도화 과정에서 책임자 처벌, 피해자 배상 등의 원칙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고, 국가기관들의 반발을 제어할 법적 실효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각 국가기관의 권고사항 평균 이행률도 절반에 못 미쳤다. 개별 신청사건 중심의 처리로 역사적·정치적 사건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점도 한계로 꼽았다.
지난 1998년 데즈먼드 음필로 투투 주교가 ‘진실·화해위원회’ 최종보고서를 넬슨 만델라 당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있다. 남아공의 진실·화해위원회는 혹독한 인종분리정책과 인권탄압에 대한 진실규명 등 과거청산 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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