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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진보적 정권교체 위한 ‘마중물’을 논하다

등록 2011-01-26 20:22

지난해 11월 충남 연기군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연구실에서 강수돌 고려대 교수(왼쪽)와 <새롭게 다르게> 발행인 양홍관씨가 신자유주의 대안담론으로서 ‘살림경제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열다섯의공감 제공
지난해 11월 충남 연기군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연구실에서 강수돌 고려대 교수(왼쪽)와 <새롭게 다르게> 발행인 양홍관씨가 신자유주의 대안담론으로서 ‘살림경제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열다섯의공감 제공
신자유주의 대안으로 폴라니의 ‘사회적 경제론’ 소개
진보계 소통·단결 모색…2013년까지 10호 발간 목표
새 계간지 ‘새롭게 다르게’

새롭게 다르게
새롭게 다르게
총선과 대선이 겹쳐 있는 2012년을 앞두고 진보진영의 다양한 전략 모색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진보이론 계간지가 창간됐다. 출판공동체 ‘열다섯의공감’이 최근 펴낸 계간지 <새롭게 다르게>는 노동운동, 생명운동, 공동체운동 등 다양한 진보진영의 스펙트럼을 끌어안아 ‘진보진영의 소통과 단결’을 이룬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특이한 점은 창간과 함께 폐간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롭게 다르게>는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2013년 봄까지 통권 10호까지의 발간을 1차 목표로 하고 있다”며 잡지의 지상과제를 아예 ‘진보적 정권교체 실현’이라고 못박았다. 발행인인 생명살림 운동가 양홍관씨는 “다양한 진보적 입장들의 ‘낮은 수준에서의 소통과 연대’를 추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급격한 변혁적 노선보다도 선거를 중심에 놓은 점진적인 변화를 주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창간호에서 다룬 특집 ‘신자유주의 대안담론을 찾아서’에서 헝가리 경제인류학자 칼 폴라니(1886~1964)가 주로 등장하는 것은 이런 성격의 반영으로 보인다. 2008년 전지구적 금융위기 때 특히 나라 안팎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던 폴라니의 이론은 호혜경제, 사회협동 등을 강조하며 생명·생태 운동이나 공동체 자치 운동, 대안경제 운동 등 진보진영의 다양한 움직임에 이론적 밑거름으로 검토되고 있다.

폴라니
폴라니
<거대한 전환> 등 폴라니의 저작들을 번역한 바 있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은 ‘칼 폴라니와 한국에서의 사회적 경제’에서 폴라니의 이론을 소개하고 한국 사회에서 갖는 의미를 짚었다. 폴라니는 경제라는 말 속에 인간의 삶과 생명 활동에 불가분으로 연결되어 있는 ‘실체적 경제’(살림살이로서의 경제)와 추상적이고 논리적으로 구성된 ‘형식적 경제’(돈벌이 경제)라는 서로 다른 의미의 정의가 뒤섞여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않고 뒤섞어 버린 자본주의의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살림살이로서의 경제를 돈벌이 경제로 뒤바꿔버린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는 인간이나 토지, 자원 등 상품화할 수 없는 것들을 상품화했기 때문에 끊임없는 문제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권국가와 시장경제의 뒤를 잇는 인간 세상의 조직 원리인 ‘사회’가 재발견되고,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홍 소장은 “사회적 경제란 돈벌이를 목표로 하는 인간 활동으로 구성되는 경제가 아니라,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종다기한 욕구를 충족하려는 인간들의 모든 구체적 활동으로 구성되는 경제”라고 말한다. 인간은 단지 국가의 명령을 따르는 신민이기만 한 것도, 시장경제의 원리에만 따르는 이익 추구자이기만 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다양하고 구체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회’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주의와 시장주의로 점철된 반세기를 보낸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폴라니의 이론은 필연적인 필요가 있다”고 홍 소장은 말한다.


발행인 양홍관씨와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대안적인 삶을 모색해온 경제학자 강수돌 고려대 교수의 대담에서도 폴라니의 이론이 중요하게 참고할만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살림의 경제학> 등의 저술에서 자본과 생명의 대립구도를 제시했던 강 교수는 “경제가 죽임이 아닌 살림이 되려면, 폴라니의 말처럼 경제가 사회를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품 속에 겸손하게 깃드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과의 싸움을 통해 자본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에선 마르크스에게 친화성을 느낀다”면서도 “다만 노동 자체가 아니라 노동이 중심이 된 생명이 자본의 대척점에 놓여야 한다”고 풀이했다. 생명을 앞세우지 않은 노동은 자본과 공존하고 타협하기 쉽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주거·의료·교육의 공공적 해결 등을 구체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2012년 진보진영의 전략에 대해서는, 오래된 논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진보대통합당 건설을 통해 ‘진보-중도-보수’의 새로운 판을 짜자”(정성희 민주노동당 진보정치대통합추진위원장)는 입장과 “민주세력과 진보세력이 연합한 압도적 힘으로 체제 변혁을 이루는 수단으로서 야권 단일정당이 필요하다”(김두수 ‘국민의명령’ 집행위원)는 입장을 나란히 실었다. 야권의 정계개편 자체는 전제조건에 가까우므로, 그 주체와 수단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눈에 띄는 것은 ‘제2민주노조운동을 주장한다’는 제목의 노동운동 기획이다. 하부영 전 민주노총 울산본부장 등 노동운동의 현장에 있는 활동가들이 사회운동의 중요한 주체이면서도 예전에 견줘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임승철 전국혁신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올해 도입되는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자 계급의 분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민주노조운동의 절대적 위기”라고 진단하고 “1사1노조 원칙을 굳게 세워 노동운동의 분열을 막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2012년 권력교체 과정에서 노동운동이 정치사회적인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노동운동 전체가 지금보다 더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의 반영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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