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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대만에서 주목받는 백낙청의 분단체제론

등록 2011-01-26 20:38

저서 출간·학술지 집중 조명
‘양안관계’의 참고 담론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74)의 사회사상과 문화이론이 대만에서 조명받고 있다. 최근 백 교수의 담론을 본격적으로 다룬 2권의 책이 잇달아 출간된 것이다. 서구 중심적 이론에서 탈피한 독자적인 학문을 추구하는 아시아권 지식인들에게 분단체제론과 민족문학론으로 대표되는 백 교수의 독창적인 이론이 확산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1월 대만의 리엔징(聯經)출판사가 펴낸 <백낙청-분단체제·민족문학>은 백 교수의 주요 논문과 강연문을 통해 분단체제론과 민족문학론을 소개하고, 이에 관련한 대만 지식인들의 평론을 함께 엮은 책이다. <창작과비평>의 편집주간인 백영서 연세대 교수와 대만의 대표적인 비판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천광싱(陳光興) 대만 자이퉁(交通)대 교수가 공동 편집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아시아·태평양권의 인문사회과학 연구를 진행하는 국제 학회인 ‘인터아시아문화연구학회’(<한겨레> 지난해 7월15일치 23면)에서 펴내는 영문 국제학술지 ‘인터아시아 문화연구’(Inter-Asia Cultural Studies)가 겨울호 전체를 ‘백낙청 특집’으로 꾸렸다. 백 교수의 기고문과 천광싱, 사카모토 요시카즈 등 대만과 일본, 한국 학자들의 글 11편을 실었다. 한 호 전체를 털어서 한 명의 학자를 집중적으로 다룬 것은 유례가 드문 일로, 백낙청 사상 전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출판이 잇따라 이뤄지게 된 중요한 계기는, 2008년 대만에서 열렸던 국제 심포지엄인 ‘한·중·일 비판적 잡지회의’. 당시 기조발표를 맡은 백낙청 교수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그로부터 숙성된 분단체제론의 내용을 소개했고, 이는 동아시아권 지식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반도의 남북관계와 같이 중국과 대만의 ‘양안관계’를 마주하고 있는 중화권 지식인들에게는, 분단체제론은 현실을 풀어갈 참고적인 담론으로 받아들여진다. <백낙청-분단체제·민족문학>이 출간된 뒤 홍콩의 봉황 위성티브이의 교양프로그램 ‘독서8분’은 책의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며, “많은 사람들이 양안관계와 한반도의 남북관계를 함께 두고 유추하면서 서로 거울로 삼아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여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양안관계에 대한 논의 자체가 국력의 차이가 큰 중국과의 통일을 지지하는지 아닌지를 검증하는 경향이 컸던 대만에서는, 통일의 당위성을 따지기보다는 ‘현실적 조건인 분단체제를 인식하고 극복한다’는 분단체제론이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고 한다.

또 분단체제의 극복이 동아시아 화해의 촉매가 된다는 백낙청 교수의 이론은, 서구이론이 아닌 아시아권을 연결하는 새로운 담론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아시아공동체론을 제기하는 백영서 교수의 <동아시아를 생각한다>(思想東亞)가 2009년 대만에서 출간됐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백영서 교수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이 스스로의 지식 기반을 마련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한국에서 발신하는 담론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를테면 사상계의 ‘한류’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백낙청 교수의 저작은 198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일본과 중국에서 평론선집 등 7종이 번역 출간된 바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백낙청 저작의 첫 영문 단행본이 될 <흔들리는 분단체제>가 미국 버클리대 출판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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