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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북 인권 개선 위해 ‘코리안 인권’을 제안한다

등록 2011-02-16 18:38

15일 서울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난 서보혁 연구교수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코리아 인권’ 담론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15일 서울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실에서 만난 서보혁 연구교수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한 ‘코리아 인권’ 담론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국제적 보편성과 기존 오류 비교
반성적 성찰 뒤 통합적 접근 제시
함께 풀 ‘전략적 자원’ 많은 남한이
건설적인 관여·관계 제도화해야
서보혁 교수 책 ‘코리아 인권…’

어떤 사람은 북한 인권 문제를 내세우며 “북한과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섬뜩한 대결주의를 주장한다. 또 어떤 사람은 “한반도의 평화가 우선”이라며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북한 인권 문제를 굳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그 어느 쪽이든 열악한 북한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에는 별 도움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코리아 인권-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
코리아 인권-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
최근에 나온 책 <코리아 인권-북한 인권과 한반도 평화>는 이런 관점에서 북한 인권을 부르짖어 온 기존의 높은 목소리와 석연찮은 침묵을 모두 비판하고 있다.

또 “남북한이 한반도 차원의 인권, 곧 ‘코리아 인권’을 위해 협력한다”는 파격적이고 새로운 담론도 담고 있다. 지은이인 서보혁 이화여대 평화학연구소 연구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년 넘게 일을 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실제로 다뤄본 경험이 있어, 북한 인권에 대한 이론과 실제에 모두 통한 사람으로 꼽힌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입니다. 또 반짝이는 모든 게 금은 아니죠.”

15일 만난 서 교수는 최근 부쩍 많아진 북한 인권에 대한 주의·주장들에 대해 성찰적인 중간 평가가 필요하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량 탈북자 발생 등으로 그 열악한 실상이 알려지기 시작한 북한 인권 문제는, 유엔 인권위에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북한인권결의안이 잇달아 채택되는 등 국제 사회의 관심사로 부각됐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북한인권법을 제정해 적극적인 북한 압박에 나섰고, 우리나라에서도 북한인권법 제정을 놓고 찬반이 갈려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지금 중요한 것은 북한 인권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리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북한 인권을 실제로 개선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기존 북한 인권 논의의 문제점을 선택주의, 근본주의, 상대주의, 도구주의, 차별주의 등의 오류에 빠져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기구나 조약에서 발전시켜 온 인권에 대한 보편적인 가치 인식과, 지금 벌어지고 있는 북한 인권 논의를 비교해서 도출한 문제점들이다. 인권은 초창기 근대 시민 혁명에서 제기된 자유권으로부터 사회권, 개발(발전)권·평화권 등 집단권, 생명권 등으로 그 범주를 끊임없이 넓혀왔다. 때문에 국제적인 인권 규범들은,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기 위해선 인권은 물론 다른 보편적 가치들과의 불가분적이고 상호의존적인 연관성을 파악하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테면 자유에 대한 권리와 평화를 누릴 권리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으며, 이를 모두 끌어안는 구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 북한 인권 논의들에는 이런 통합적 접근이 결여되어 있다. 자유권에만 치중해 그 밖의 보편적 가치들을 무시하는 선택주의가, 생존권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축소·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상당 부분 겹치는 인권 근본주의 역시 ‘정권 교체만이 답’이라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 결과를 빚는다.

국내 진보세력 일부와 북한 스스로 내세우는 상대주의는, “국가주권과 인권은 같다”고 보는 등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의 의미 자체를 왜곡한다. 북한 인권 담론을 정치적 기반 다지기로 활용하거나 한반도 평화 구축보다 덜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는 도구주의, 인권 선진국과 후진국을 나눠 대상화하는 차별주의 등도 같은 맥락 위에 있다.

이런 기존 접근들에 대한 반성적 성찰의 결과로서, 서 교수는 ‘코리아 인권’을 주장한다. 코리아 인권이란 국제 인권 규범을 바탕으로 남한이 북한 인권 개선에 건설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담론으로, 남북한이 한반도 전체의 인권 문제를 놓고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과 일본이 인권에 대한 폭 좁은 접근으로 북한 인권에 대해 목소리만 요란할 뿐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반면, 유럽연합은 북한과의 외교 방침에 인권 개선을 위한 조항들을 포함시켜 경제협력, 개발 지원, 연수·교육 등 포괄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폭넓게 제시된 국제 인권 규범을 앞세우고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 역시 이를 외면하기 어렵다.

“남한의 경우 유럽연합처럼 포괄적 접근을 할 때 동원할 수 있는 전략적 자원들이 훨씬 많습니다. 이산가족이나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 등 함께 풀어야 할 인권 문제도 훨씬 절실합니다.” 곧 한반도 평화 정착과 인권의 문제가 서로 상충한다고 보는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남한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인권 문제를 개발해, 평화, 인도주의, 민주주의, 화해 등 보편적인 가치 추구와 함께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을 제도로서 굳히는 작업이라고 한다. 남북관계가 제도화될수록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는 폭과 자원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서 교수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인권 문제를 다루지 않고 다른 공동체의 인권 문제를 대상화해 부각시키는 것은, 인권의 보편성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권의 보편성을 주장하면서도 자기가 속한 공동체 내부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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