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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복판에 선원 세운 태고종 법현 스님

등록 2005-06-30 18:54수정 2005-06-30 18:54

“삶이 잇는 곳에 도가 있지요”

태고종 법현 스님(47)이 시장바닥에 선원을 세웠다. 선원은 그가 사회부장으로 있는 태고종 총무원과 멀지 않은 서울 은평구 갈현동 역촌중앙시장 2층이다.

재래시장 계단을 따라 2층 선원에 들어가니 세속의 땀을 식히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우선 널찍하다. 130평이다. 보증금 1천만 원, 월세 100만 원에 이만한 공간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이곳이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 선원은 원래 조계종 소속으로 ’전통사찰연구가‘로 유명한 적문 스님이 ’전통사찰음식연구소‘로 쓰던 곳이다. 그런데 법현 스님이 선원을 열 뜻을 밝히자 불상과 탱화 등 일체를 그에게 넘겨주었다. 보시다. 선원은 6일 개원했다.

법현 스님은 불교종단협의회 사무국장을 불교계 모든 교단에 두루 통하고,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감사를 맡고 있어 국내 종교계에도 마당발로 통해 개원식엔 타 종단 승려와 목사 등 다른 종교인들도 많이 참석했다.

가난한 집 외아들로 태어나
어머니 버릴 수 없어 대처승 출가
‘삶의 현장’ 저잣거리 들어간 건
복을 비는 불교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불료 본뜻 따른 것

그런데 그는 왜 시장에 선원을 열었을까. 이 물음 전에 통상 사람들은 ’불교계 엘리트‘의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왜 ‘비구(니)종단’인 조계종이 아니고, 부인을 둘 수 있는(대처승) 태고종으로 출가했을까를 먼저 궁금해 한다. 그는 불교계 청년활동이 미약하기 그지없는 1970년대부터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고, 중앙대 재학 때는 불교학생회장과 대학생불교연합회 서울지부장까지 지냈다. 불교계에선 재원이었던 셈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출가를 결심했었지요. 그 때는 출가라면 부모님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때지요. 전 1남3녀의 외아들이었지요.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식들을 키워온 어머니를 버리고 갈 수는 없었어요.”


그는 불법이 좋아 불교를 떠나지 못하고, 태고종 총무원의 간사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보니, 가정을 꾸리고도 출가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어머니도 버리지 않고, 출가도 하는 해결점을 드디어 찾아낸 것이다.

그는 당시 태고종 총무원 총무부장으로 있던 현재 총무원장 운산 스님을 은사로 삼아 출가하고 싶었다. 독신 비구승이면서도, 상대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평등하게 대하는 그의 인격에 매료된 때문이었다. 그러나 운산 스님을 일체 상좌를 받지 않았다. 그의 고집에 운산 스님도 손을 들었다. 그는 출가했고, 아내를 맞아 어머니까지 모셨다.

그의 아내는 법원에 다닌다. 그는 “불법을 다루고, 아내는 사회법을 다루니, 법을 다루는 것은 한 가지”라고 했다.

옛날 불교의 선사들은 ‘저잣거리 선’을 중요시했다. 주변 상황이 어떻든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수행을 한 것이다.

법현 스님은 “도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이 있는 곳에 있다”고 한다. 시장만한 삶의 현장이 있을까. 그는 자리가 잡히는 대로 이곳을 누구든 참선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개방할 계획이다.

또 다음달 17일 오후 4시부터 매주 토·일요일에 3개월간 ‘불교열린아카데미’를 열어 불교기초교리와 부처님생애, 불교문화 등을 가르친다. 지금까지 ‘복을 비는‘ 법당이 아니라 ’삶을 변화시키는‘ 불교를 시장에서 열겠다는 것이다.

조연현 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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