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공평한 조세 확립 없인 복지국가도 없다

등록 2011-03-09 20:55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사이의 조세제도 현황 비교
우리나라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사이의 조세제도 현황 비교
비자산계층에 과세 집중하고
자본·기업소득등엔 특혜 일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따라야”
역사비평 ‘조세 공공성’ 특집

역사비평
역사비평
정태헌 고려대 교수(역사학)는 ‘한국의 근대 조세 100년사와 국가, 민주화, 조세 공평의 과제’란 글을 통해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던 조세 공평성의 역사를 짚었다. 그는 “조세 공평의 다른 표현인 세금의 세목별 변화 과정은 특정 단계에서의 구성원 사이의 역관계를 적나라하게 반영한다”고 보고, “한국 근현대사에서 대기업·자산부자들은 세금 부담이 집중된 다른 계층이 존재했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분석을 보면, 식민통치와 전시 수탈을 위한 조세제도가 펼쳐졌던 일제 강점기가 끝난 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의 하나로서 자본주의 경제의 일반적 변화 과정을 다시 새롭게 밟아야 했다. 조세제도로 보자면, 수익세에서 소비세로, 다시 소득세로 중추 세목이 변해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1951년 제정된 ‘임시토지수득세법’ 등에서 볼 수 있듯, 초창기 주요 수익세였던 지세 부담은 지주가 아니라 농지개혁이 끝난 뒤의 영세 소농들에게 집중됐다. 그 뒤 경제성장에 따라 무차별적 대중과세인 소비세가 크게 늘어났고, 과세 집중 대상을 농민에서 임금소득자로 바꾼 소득세도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자산·자본소득이나 기업소득에는 각종 공제나 감면 등으로 특혜가 집중됐다.

토지공개념 3개 법안 제정, 종합부동산세 도입, 금융실명제 도입 등 조세 공평을 추구하기 위한 정책들이 민주화 역량의 영향으로 이뤄졌지만, 외환위기와 자산·자본소득가들의 저항,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을 이유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다. 그 결과 높은 소비세 비중, 임금소득에 견줘 턱없이 낮은 자산·자본소득 과세율 등이 나타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비자산계층에 부담을 집중시켜 외환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정작 자산계층의 조세 공평에 대한 의식은 약화되고 있다”고 풀이했다. 복지 논쟁에 앞서 “필요한 곳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 하고,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따른다는 조세 공평의 정착”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보신당 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정진 변호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의 비교를 통해 ‘낮은 조세부담률, 낮은 사회복지 지출, 낮은 개인소득세 비중, 사회보장기여금에서 노동자 부담분의 과중, 지속적인 세율 인하’ 등 현재 우리나라 조세제도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짚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회원국 평균이 34.8%인 데 견줘 우리나라는 26.5%에 불과하다. “유럽 수준으로 세금을 걷는다면 해마다 100조원 이상의 재원이 마련돼, 무상의료·교육·보육 등 대규모 복지 지출도 가능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수출 비중이 높을수록 경제변동에 노출된 노동자들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사회복지 지출이 높은 것이 일반적인 경향인데, 우리나라만 예외적이다. 또 소득재분배 효과가 큰 소득세의 비중은 8.2%(회원국 평균 12.5%)에 불과하고, 이 가운데 특히 개인소득세의 비중이 낮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개인소득세 중심의 과세 강화 등을 제도 개선의 과제로 제시했다.

<대동법, 조선 최고의 개혁>이란 책을 펴낸 바 있는 이정철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원은 조선 후기 대동법 시행 과정에 대한 연구를 통해 ‘조선시대는 전근대 신분제사회라 지금보다 공공성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편견을 흩어놓는다.

대동법의 설계자 조익이 ‘불균불평’(不均不平)을 말했듯, 공평하지 않은 현실의 조세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대동법의 시행 과정에는 공공성에 대한 강한 관념이 배어 있었다. 곧 “점차 계급적 성격을 강화해가는 한국 사회가 신분제 성격의 조선 사회보다 그 전제조건에서 더 많은 공공성을 갖는다고 무조건 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