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위대한 여행
인류의 위대한 여행
“우리는 모두 아프리카에 살았던 할머니의 후손이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전세계로 널리 퍼졌다는 이론을 ‘아프리카 이브’ 이론이라고 부른다. 모계로만 유전되는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DNA) 계보를 역추적해보면 결국은 하나의 뿌리로 합쳐진다는 것이다. <인류의 위대한 여행>은 이 아프리카 기원설을 전제로, 고대 동아프리카의 호모 사피엔스 종이 다른 지역에 거주하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다른 고대 인류를 대체하며 어떻게 전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는지 경로를 추적한다. 해부학자인 앨리스 로버츠는 <비비시>(BBC)의 다큐멘터리 제작 제의를 받고 과거 인류의 조상이 그랬듯이 동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인도를 거쳐 오스트레일리아를 갔다가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유럽과 시베리아, 아메리카를 여행하며 머리뼈들이 출토되는 전세계 유적지를 답사했다. 베이징 원인을 답사하러 온 중국에서는 지역 원인들이 교배를 통해 현생 인류로 ‘진화’해 왔다는 ‘다지역 진화설’ 주장 배경에 중화주의가 녹아 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의 주장을 정설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이르다. 디엔에이 염기 서열 분석 기술은 같은 뼈로 연구한 두 팀의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정도로 아직 보정중인 신기술이다. 최근 게놈 연구 결과는 현생인류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도 섞여 있다는 것이 드러나 ‘아프리카 기원설(대체설)’에 또다른 과제를 안겼다. 앨리스 로버츠 지음·진주현 옮김/책과함께·2만5000원.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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