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팔무
‘복지국가에 길을 묻다’ 주제
7월까지 9차례 토론 대장정
‘유럽 복지국가’가 성공사례
우리에 맞는 사민주의 필요
7월까지 9차례 토론 대장정
‘유럽 복지국가’가 성공사례
우리에 맞는 사민주의 필요
사회민주주의 정책연구회 세미나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인 ‘복지국가’가 복지국가를 가능케 한 이념적 토대였던 ‘사회민주주의’(이하 사민주의)를 다시 불러내고 있다. 사민주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 국가들이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사민주의는 좌파와 우파 모두가 기피하는 이념이었다. 우파로부터는 공산주의와 다를 바 없는 불온한 이념으로, 좌파로부터는 자본주의와 타협한 개량주의로 비판받아 그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했던 것이다.
비판사회학회 산하 사회민주주의 정책연구회는 올해 1학기에 ‘복지국가에 길을 묻다’라는 제목으로 사민주의의 이해와 복지국가 전환 가능성을 탐색하는 세미나를 연다. 지난 11일 열린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 토론을 시작으로 7월까지 아홉 차례 진행되며, 주로 연구자 및 사회운동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사회민주주의 정책연구회장으로서 이 세미나를 주도한 유팔무(사진) 한림대 교수(사회학)는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복지국가는 사민주의 이념의 결과물”이라며 “대안담론으로서 사민주의를 본격적으로 고민하지 않은 채 복지국가만 주장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2000년 ‘사민주의 연구회’를 만들고 사민주의 정당 창당에도 간여하는 등 우리 사회에 사민주의 이념을 정착시키려 노력해 온 대표적인 사민주의자다.
사민주의는 독일사회민주당에서 베른슈타인이 제기한 수정주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뒤 그 틀을 갖추기 시작했으며, 1951년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결성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이념적 좌표를 세웠다. 선거와 의회 등 기존 민주주의 제도를 사회주의 체제를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 등의 수단을 앞세우는 혁명적 사회주의와 구분된다. 때문에 혁명적 사회주의로부터 “사적 소유를 인정하고 혁명을 부정하는 등 자본주의와 타협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 사민주의를 바탕으로 발전한 유럽의 복지국가는 사회주의적 가치를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결과물로 이뤄낸 성공모델로 꼽힌다.
유 교수는 “프롤레타리아 일당독재 체제가 이뤄지더라도, 그것은 권력의 교체일 뿐 그 자체를 경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이라고 부를 순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 시스템을 사회주의적으로 바꾸는 혁명은 오래 걸리기 마련인데, 거기까지 도달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사회주의적 가치를 저버렸다고 할 순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복지국가 건설마저 아직 요원한 목표인 우리나라에서는 사민주의를 본격적으로 추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이념·세력·체제의 차원에서 사민주의를 이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집단적-민주적 생산·분배·소비의 경제 시스템’을 사회주의의 이념으로 본다면, 그런 이념을 현실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법이나 제도 등은 체제, 그것을 좇는 사람들은 세력이 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복지국가 담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접근법이라 한다. 그는 “현대 복지의 기원인 비스마르크의 복지정책은, 사실상 민중의 혁명과 저항을 꺾기 위한 지배층의 유화책이었다”며 “사민주의 이념은 보수주의 복지 담론과 진보주의 복지 담론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고 봤다. 진보정당들이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진보적 복지국가 담론을 펼치고 있는 세력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사민주의와 크게 겹치는 현상을 보면, 복지국가 담론을 계기로 사민주의가 우리나라 진보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의 사민주의는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아 ‘제3의 길’, ‘신중도’와 같은 우경화의 길을 걷는 등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아무리 유럽 사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해도 우리로선 ‘그 정도만 되어도 원이 없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유럽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실질적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우리 나름의 사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사민주의가 성장했던 유럽과 다르게, 노동운동의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는 사민주의에 대한 잠재적 지지층이 취약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유 교수는 “환경·교육·부동산·소비 등 ‘시민적 이슈’들을 통해 노동자·농민·빈민뿐 아니라 중산층 등 새로운 사회적 계층의 이익까지 끌어안는 것이 우리나라 사민주의의 가장 큰 과제”라고 내다봤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1930년대 초반 스웨덴 사민당의 선거 포스터. “우리에게 표를 주면 계급과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일자리를 보장하는 사회경제 체제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민주의는 “혁명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복지국가 건설을 통해 사회주의적 가치를 어느 정도 현실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논의되는 복지국가 담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접근법이라 한다. 그는 “현대 복지의 기원인 비스마르크의 복지정책은, 사실상 민중의 혁명과 저항을 꺾기 위한 지배층의 유화책이었다”며 “사민주의 이념은 보수주의 복지 담론과 진보주의 복지 담론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고 봤다. 진보정당들이나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진보적 복지국가 담론을 펼치고 있는 세력의 이념적 스펙트럼이 사민주의와 크게 겹치는 현상을 보면, 복지국가 담론을 계기로 사민주의가 우리나라 진보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의 사민주의는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아 ‘제3의 길’, ‘신중도’와 같은 우경화의 길을 걷는 등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유 교수는 “아무리 유럽 사민주의가 쇠퇴하고 있다고 해도 우리로선 ‘그 정도만 되어도 원이 없겠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유럽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실질적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우리 나름의 사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노동운동을 기반으로 사민주의가 성장했던 유럽과 다르게, 노동운동의 기반이 약한 우리나라는 사민주의에 대한 잠재적 지지층이 취약하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유 교수는 “환경·교육·부동산·소비 등 ‘시민적 이슈’들을 통해 노동자·농민·빈민뿐 아니라 중산층 등 새로운 사회적 계층의 이익까지 끌어안는 것이 우리나라 사민주의의 가장 큰 과제”라고 내다봤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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