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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베스트셀러 읽기] 멘토의 ‘진심’이 통했다

등록 2011-04-01 20:57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인생 앞에 홀로 선 젊은 그대에게>

김난도 지음/쌤앤파커스·1만4000원

“내가 네 나이 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냐?”

태어나서 지금까지 먹고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던 사람들을 제외한다면, 이 시대의 부모들 누구나가 한번쯤은 자녀들에게 던졌을 법한 말이 아닐까. 그 뒤론 꿈이나 희망은커녕 먹고살기조차 어려웠던 시대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더러는 ‘이렇게 먹고살 만한 시대에 걱정할 일이 뭐가 있느냐’는 개탄까지 덧붙는다.

안타깝게도 아마도 그 말은 이 시대의 ‘청춘’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다. 내 존재의 불확실성에 따른 지독한 혼돈을 겪어야 하는, 또 130만명 청년실업 시대와 무한경쟁의 아비규환을 뚫고 가야 하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겐 짜증과 분노, 억울함과 원망, 반항심 등을 한꺼번에 가져다주는 말일 게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쓴 에세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인기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단 한 줄의 제목만으로도, 기성세대의 딱딱한 메시지가 아니라 청춘들이 듣고 싶었던 메시지를 던져준 것이다. 지난해 말 출간된 이 책은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최근 50만부를 돌파했다. 1월 셋째 주부터 8주 동안이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종합 1위 자리를 굳게 지키기도 했다.

5년 전쯤 김 교수가 슬럼프에 빠진 제자에게 쓴 메일 내용이 인터넷에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이 책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그 글을 본 출판사 기획자가 김 교수에게 에세이 집필을 제안했고, 평소 강의와 상담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김 교수가 ‘더 많은 청춘들에게 조언을 전해주고 싶다’는 취지로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책머리에 “더 가열차게 이런저런 스펙을 쌓아야 한다는 처세 글이나, 대책 없는 감상으로 ‘걱정하지 마, 다 잘될 거야’ 하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가득한 글이 아니라 그대들의 영혼을 울리는 마음의 글, 그대들의 머릿속에 내리치는 따끔한 죽비 같은 글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책에 실린 42편의 글들은, 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삼긴 했지만 진로와 사랑 등 다양한 청춘의 주제에 대한 조언들이다.


내용 자체보다도 빛을 발하는 것은, 지은이가 젊은이들이 갈구하는 멘토로서의 모습에 근접해 있다는 사실이다. 지은이는 “어쩌면 뻔한 이야기의 반복일 수 있지만, 책상머리에 앉아 손끝으로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한다. 상담과 강의를 통해 학생들을 직접 만나고 트위터·블로그 등을 통해 소통한다. 또 100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쌤앤파커스의 권정희 편집팀장은 이 책의 성공요인으로 ‘위로와 격려’를 꼽고, “다그치는 사람은 많아도 진심을 다해 이해해주는 멘토가 드물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부모는 잔소리나 다그침을 늘어놓고 대부분의 어른들이 ‘안정이 최고’라는 식의 ‘보신’을 강조하기만 하는 가운데, 청춘의 아픔을 긍정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멘토의 존재가 돋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목적 없는 고시공부를 비판하거나 스펙에 목매지 말라는 등의 ‘지침’은 젊은이들 스스로에게도 뼈아픈 비판이지만, 위로와 격려를 하는 멘토의 비판이기에 진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고 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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