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집>
잠깐독서
<밥집>
백석의 시에는 음식이 자주 등장한다. ‘털도 안 뽑은 도야지고기’나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은 그의 시에서 배고픔을 채우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소박한 시어로 표현된 우리 음식에는 그것을 먹는 이들의 얼큰한 슬픔과 보드라운 사랑이 녹아 있다.
미식가로 소문난 예종석 한양대 교수가 자신이 먹었던 밥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채워준 밥들에 대한 보고서다. 주꾸미, 청어 과메기, 밴댕이 등 제철을 맞은 음식들의 유래를 <자산어보>, <명물기략>, <서경>, <시의전서> 등의 고문서를 뒤져 밝히면서 그 맛을 음미하는 법을 가르쳐준다. 그가 밝혀낸 명태의 다른 이름만도 20가지다. 생태,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정도는 이미 많이 알려진 바다. 백태, 흑태, 짝태, 낙태, 깡태 등은 명태의 다른 이름들이다. 잡는 방법에 따라 이름은 또 달라진다. 정약전과 월탄 박종화가 맛본 웅어 맛은 예 교수 자신의 경험까지 보태져 풍성하다. 그의 음식에 대한 호기심은 끝이 없어서 현대 들어 사라진 방풍죽을 스스로 재현하기도 했다. ‘가족회관’, ‘목란’, ‘한성칼국수’, ‘진동횟집’ 등 이미 유명한 음식점들도 자기 필체로 새롭게 접근하는 점도 매력. 그가 음식점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은 맛의 일관성이라고 한다. 자투리로 들어가는 ‘예 교수의 노트’는 달콤한 디저트를 기다리는 느낌을 준다.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을 구별하는 법, 카르보나라 스파게티에 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입맛을 돋운다. 책의 인세 수익은 모두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다고 한다. 예종석 지음/소모·1만3500원.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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