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권리-욕망과 좌절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21세기적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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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할 권리-욕망과 좌절 사이에서 비틀거리는 21세기적 삶
닌텐도 게임기를 샀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았는지, 닉 베일리라는 17살 청소년은 게임기를 상자에서 꺼내는 과정을 촬영해 그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10대 소년이 방금 산 물건의 포장을 푸는 모습을 누가 보겠느냐고? 1주일 만에 7만1000명이 그 영상을 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로지 포장 풀기의 스릴만 다루는 인터넷 사이트까지 생겼다.
21세기는 모든 사람들이 쾌락을 쫓아서 헤매는 시대다. 그 밑바닥에는 욕망과 그것이 충족될 가능성을 숭배하는 ‘영원한 기대’가 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늘 좌절되기 마련이다. <행복할 권리>의 지은이인 영국 작가 마이클 폴리는 빈정대고 이죽대는 말투로 욕망과 좌절 사이를 오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한다. “행복은 규정될 수도 없고, 추구한다고 해서 성취될 수도 없다. 그렇지만 불행이나 불운은 어쩌다 찾아오는 게 아니라 삶의 기본 조건”이라고 한다.
부처와 실존주의, 스피노자, 예수, 심지어 신경과학까지 다양한 지적 경험들을 넘나드는 지은이의 결론은 “삶의 부조리를 직시하라”는 것이다. 결코 이룰 수 없는 행복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견뎌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는 얘기. 영원히 언덕 위로 돌을 밀어올려야 하는 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속 시시포스는 단지 비극의 주인공일 뿐일까? 삶의 부조리를 통찰하는 자세를 가졌다면, 그는 바위를 굴리는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신을 조롱하며 기쁨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마이클 폴리 지음·김병화 옮김/어크로스·1만6000원.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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