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학 그림 읽기-또 다른 설악
잠깐독서
김종학 그림 읽기-또 다른 설악
추상 회화가 화단을 압도하고 있을 때 김종학 화백은 문득 자연, 특히 자연이 길러낸 아름다운 꽃을 그려야겠다는 집념에 불탔다고 한다. “그림 그리기란 사람이 자유롭고자 함인데, 지금까지 이념의 노예가 되었던 것은 말도 안 된다.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화가의 숙명적 책임”이라는 것. ‘이발소 그림으로 타락했다’는 수군거림도 무시하고 설악산에 자리를 잡고 30년이 넘도록 눈에 보이는 모든 아름다움들을 화폭에 담았다. <김종학 그림 읽기>는 설악산과 꽃무리 그림으로 유명한 우리 화단의 스타 화가인 김종학의 예술인생과 작품인생을 들여다보는 책이다. 미술 애호가인 지은이 김형국 서울대 교수는 김종학의 그림에는 ‘따라 그리기’가 아닌 ‘달리 배우기’가 있다고 한다. 김종학의 그림에는 조선시대 선배 화가들로부터 이중섭과 장욱진, 세잔이나 고흐 같은 외국 작가들, 민화와 민예품 등이 보여줬던 아름다움이 녹아들어 있다는 것. 때문에 김종학의 일대기나 작품 연대기와 같은 틀에 박힌 서술에서 벗어나, 김종학이 관심을 두는 주제를 따라가며 그의 예술세계에 밑거름이 된 동서고금의 미술을 함께 뒤적인다. 김 교수는 김종학의 그림엔 ‘기운생동’(氣韻生動)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화가가 꾸밈없이 드러내는 마음의 울림이 그림에 잘 옮겨져 사람들의 마음에도 공명 같은 떨림으로 다가오는 경지”라는 것. 화가와의 오랜 교분에서 나오는 깊은 생각과 에피소드들이 흥미롭다. 김종학 화백의 회고전도 마침 6월2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형국 지음/도요새 출간·2만5000원.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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