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잠깐독서 /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잘 안다고 생각했던 과거라도 막상 되짚어보면 모호하고 불확실한 구석이 많을 때가 있다. 교과서처럼 역사를 읽는 흐름을 제공하면서 교과서보다 세밀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은, 대중을 위해 ‘풀어 쓴’ 역사책이 늘 필요한 이유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쓴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은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분수령인 80년대의 민주화운동에 초점을 맞춰서 풀어서 쓴 역사책이다. 1980년 박정희의 죽음으로 민주화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열망이 치솟아 올랐던 ‘서울의 봄’으로부터 1987년 6·10 항쟁으로 군사정권이 종말을 맞기까지의 시기가 배경이다. 전두환 신군부가 민주화의 열망을 어떻게 억눌렀는지, 광주항쟁 뒤로 민주화운동이 어떻게 발전해갔는지, 어떤 계기로 6월 민주항쟁이 터져나올 수 있었는지 등을 차분하게 설명해준다.
지은이는 우리나라 민주화 과정이 ‘민주주의 이행론’에서 제시하는 일반적 과정과 달랐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위주의 온건파가 자유화를 주도해 민주화가 진행된다고 보는 이론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선 오랜 기간에 걸쳐 성장해온 민주화운동이 민주주의 이행의 중심이었다는 것. 그러나 독재정권을 압박해 얻어낸 선거에서 민주화운동 세력이 패배했다는 것도 이론과는 다른 점이었다. 지은이는 “권위주의 체제의 민주화를 이룩하긴 했지만, 3당 합당 등 ‘변형된 보수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었다”며, 이를 80년대가 90년대에 남긴 유산이라고 한다.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시리즈의 네번째 책. /역사비평사·1만3000원.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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