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닻 올린 현대사학회…‘뉴라이트 역사인식’ 판박이

등록 2011-05-20 20:55

한국현대사학회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에듀윌센터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의 현대사학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한국현대사학회 주최로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에듀윌센터컨벤션홀에서 열린 ‘한국의 현대사학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학술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창립기념 학술대회 열려
안보·건국 중요성 강조
학계, 정치적 의도 의심
현대사 연구를 목표로 내세운 한국현대사학회가 새로 출범했다. 하지만 지향점과 시각이 뉴라이트 진영이 중심이 되어 활동했던 ‘교과서포럼’과 비슷해 학술적 목표보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20일 서울교육대학교에서 ‘한국의 현대사학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제목으로 창립 기념 학술대회를 열었다. “그 동안 부족했던 한국현대사 분야에 대해 다양한 학문적 교류와 협력을 도모한다”는 것이 취지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가 회장을 맡고,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 등 12명이 고문으로 참여했다. 이영훈 서울대 교수, 조희문 인하대 교수 등 100여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전체 회원은 150여명에 이른다고 학회 쪽은 밝혔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김학준 카이스트 석좌교수, 김용직 성신여대 교수, 김명섭 연세대 교수 등이 발표에 나서 안보를 강조하고 공산화를 막은 1948년 건국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김용직 교수는 한국 현대사 연구에 나타난 사관을 근대화사관, 분단사관, 건국사관 등으로 나눴다. 그는 “건국사관은 대한민국 건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 근대국가체계를 수립하는 것으로 본다”고 높게 평가하고 “건국이 있었기에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가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한국전쟁을 ‘반제공산주의 대 반제반공주의 사이의 충돌’이라고 규정한 김명섭 교수는 “우리 역사계는 ‘반공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반반공주의’의 함정에 빠졌다”며, 제국주의와 공산주의를 동시에 반대했던 반공의 가치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건국의 중요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현재 교과서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학계에선 한국현대사학회의 이같은 역사인식이 기존 뉴라이트와 크게 다르지 않고, 이들의 활동에 이승만의 ‘건국’ 공적을 키워서 현대사에서 기득권을 누려 온 세력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안병직, 이인호, 박효종, 이영훈, 전상인 서울대 교수나 유영익 연세대 교수, 차상철 충남대 교수 등 교과서 포럼을 주도한 인물들이 이 학회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들이 주장하는 건국사관은 전형적인 ‘국가주의 역사관’”이라고 규정한 뒤, “헌정을 파괴한 독재자를 끌어안고 국가 내부의 모순을 근대화를 위한 필연적인 과정으로 보는 등 국가의 실체가 무엇인지조차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한국사 교과서 집필자 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주진오 상명대 교수는 “학문의 자유는 인정하지만, 정치적 의도로 기존 교과서에 근거 없는 흠집을 내려는 시도로 읽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도 “이들이 보여주는 역사에 대한 인식은 역사 교과서보다는 국민윤리 교과서에나 적합한, 유신 때보다도 후퇴한 역사인식”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고 학회 쪽이 밝힌 명단을 놓고도 잡음이 일었다. 애초 발기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좌우를 가르지 않고 폭넓게 한국현대사를 연구한다’는 취지를 듣고 참여했지만, 성격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뒤 탈퇴했다”고 밝혔다. 역사학자 김무용씨도 발기인 명단에 이름이 올랐으나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역시 발기인 명단에 이름이 오른 이근식 서울시립대 교수도 “듣도보도 못한 단체”라며 참여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