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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한국 전통역학 ‘홍역학’ 주류 학계와 본격 만남

등록 2011-05-30 21:11

이애주 교수
이애주 교수
이애주 교수 등 새달 2일 학술회의
사주와 팔자를 풀어 사람의 일을 읽고, 결혼이나 이사 등 중요한 일정을 앞뒀을 땐 날짜를 풀어 택일을 한다. 우주 자연의 원리를 ‘음양오행’의 변화로 풀이하는 역학은 한국인의 삶 속 이곳저곳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그러나 서양식 학문 시스템을 줄기로 삼은, 이른바 주류 학계에서는 그동안 역학을 본격적인 학문으로 다루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근대 주역의 대가로 꼽히는 야산 이달(1889~1958) 선사가 창시한 ‘홍역학’ 등 재야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역학을 공부해왔던 학문의 흐름이 그동안 소원했던 주류 학계와 본격적으로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 오는 2일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과 한국전통춤회는 한국홍역학회의 후원을 받아 ‘한국 전통문화 이론 정립을 위한 음양오행적 해석’이란 주제로 학술회의를 연다. 기존 학계 안에서도 개인적 관심으로 홍역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서울대 규장각처럼 우리나라 주류 학계를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기관이 나서서 홍역학에 대한 대대적인 연구 발표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정준 경기문화재 연구원, 임채우 국제뇌교육대학원 교수, 이정배 강원대 교수, 이애주 서울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나서서, 태극기와 윷, 야산의 정전도, 전통춤 등에 나타나는 음양오행의 변화를 살펴본다.

주최 쪽에서는 “한국전통문화에서 음양오행 체계는 이론적 작업의 핵심이 되는 것으로서, 음양 원리인 역학적 변화 체계와 오행의 원리인 홍범(洪範)의 사상 체계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홍역학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람 일의 도리를 오행학적으로 풀이한 <서경>의 ‘홍범’ 편과 천지자연의 이치를 음양학적으로 풀이한 <주역>을 중심으로 삼아 야산 선사가 창시한 한국 전통의 역학이다. 특히 중국의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우리 고유의 생활과 삶을 중심으로 음양오행을 풀이했으며, ‘후천개벽’ 등 실천적이고 변혁적인 사상이 담긴 점도 특색이다.

이번에 홍역학을 주류 학계의 무대로 끌어들인 주역은 다름 아닌 ‘춤꾼’ 이애주(사진) 서울대 교수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인 이 교수는 승무를 통해 우리 문화와 정신을 연구해나가는 과정 속에서 홍역학 공부에 빠져들게 됐다고 한다. ‘한국전통문화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려면, 홍역학을 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임채우 국제뇌교육대학원 교수(한국주역학회 부회장) 등 학계 안팎에 있는 홍역학 연구자들을 모았고, 결국 규장각에서 학술회의를 여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 교수는 “춤을 공부하면서 과거의 우리 문화와 정신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됐는데 음양오행의 변화와 무관한 것이 없더라”며 “기존 학계의 연구 역량과 홍역학 연구의 흐름이 합쳐진다면,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중요한 이론적 기틀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산 선사의 손자인 이응문 한국홍역학회 회장은 “기존 학계의 역학 연구의 경우, 정자·주자의 성리학적 해석 등 중국에서 비롯된 관념적 요소를 강조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며 “이번처럼 기존 학계와 홍역학회가 ‘접합’을 계속해나간다면, 아주 커다란 역량의 결집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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