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우울증과 울적한 기분어떻게 구분해 치료할까

등록 2011-06-03 21:51

강박증이나 정신분열, 편집증 등 다양한 ‘마음의 병’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멜빈 유달은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강박행동을 보여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강박증이나 정신분열, 편집증 등 다양한 ‘마음의 병’은 영화나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멜빈 유달은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강박행동을 보여준다. <한겨레> 자료사진
멘탈 싸인-내 마음이 보내는 50가지 이상신호
제임스 휘트니 힉스 지음·임옥희 옮김·김문두 감수/밈·2만5000원
정신과 전문의가 분석한 50가지 마음의 이상신호
“혼자 고민 말고 도움 청해야 ”

항상 같은 식당 같은 자리에서, 같은 웨이트리스가 가져오는 같은 종류의 밥을 먹는다. 대신 수저는 식당 것이 아니라 직접 가져온 것만 쓴다. 길을 걸을 땐 절대로 금을 밟지 않는다. 자신만의 규칙이 하나라도 어긋나선 절대 안 된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속 주인공 멜빈 유달의 이런 강박적인 행동을 보다 보면, 절로 ‘정상이 아니다’란 말이 나온다. 그러나 유달처럼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은 우리 주위에도 많다. 당장 스스로를 돌이켜봐도 마음의 병이 전혀 없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게다가 현실에서 드러나는 마음의 병은 영화에서처럼 결코 코믹하지 않다. 우울증을 못 이겨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연예인들의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지 않은가.

<멘탈 싸인>은 마음의 병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지은이인 제임스 휘트니 힉스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정신과 전문의로서, 현대인이 자주 겪는 대표적인 마음의 병 50가지를 묶고 항목별 설명과 그에 대한 대처 방법을 제시한다. 문제는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뭔지 모를 이상이 있음을 어렴풋이 알지만, 바쁜 일상 때문에 조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까이 두고 보면서 자기나 주변들의 증상이 어떤 마음의 병의 징조인지 알 수 있도록 간결하게 정리한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지은이가 강조하듯 마음의 병을 치료하려면 스스로 자기 마음속 이상을 빨리 알아차리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외상이 아닌 마음속 내상에 대처하는 가정용 구급상자 같은 길잡이라고 할 수 있다. 증상별 특징과 초기에 필요한 조처와 많이 쓰는 약 이름, 그리고 본인과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을 요약 정리했다.

이해하기 쉽게 ‘마음의 병’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지은이가 제시하는 50가지는 외과에서 말하는 질병과는 다르다. “징후, 증상, 증후군, 장애 등 정신과적인 장해를 총망라했다”며 섭식장애, 조증에서부터 분노, 불안, 공포, 피로, 갈망, 질투 등 폭넓은 인간의 감정들까지 광범위한 분석을 펼친다. 또 이런 감정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느 정도여야 정상이라 할 수 있는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인지 등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사람들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가는 ‘우울증’ 항목을 펴보자. 우울증은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증후군이라 한다. 정신의학자들은 우울증을 누구나 경험하는 정상적이고 건강한 슬픔과 구분한다. 그냥 울적한 기분과 달리, 몇주, 몇달, 또는 몇년에 걸쳐 지속되며 삶을 계속해 나가려는 의지를 꺾어버린다는 것이다.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유전적 요인, 외부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 과거의 경험, 타고난 기질 등 다양한 요인들이 얽혀 있기 때문에 아주 복잡하다고 한다.

하지만 초기에 빨리 대처하면 약물치료 등으로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다. 심지어 우울증이 어떤 병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치료되는 경우도 있다. 주변에 우울증 환자가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를 탓하거나 그의 무력함 등에 대해 화를 내서는 안 된다. 의사를 만날 시간을 알려주거나 날마다 약을 먹도록 확인하는 등 정서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 나타난 강박증 역시 약물과 인지행동치료 등으로 극복 가능하다. 주의할 점은 주변 사람들이 강박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여줘서도, 일방적으로 제지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서서히 줄여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다.


지은이는 “‘정상’을 규정하는 범주는 굉장히 광범위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며 ‘이것은 정상, 저것은 비정상’이라고 잘라서 규정하는 것을 경계한다. 현대인은 누구나 약간씩 마음의 병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인데, 그것을 꼭 ‘비정상’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표는 “우리가 겪게 되는 많은 경험들 가운데 어느 정도까지를 정상이라 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데 있다”고 한다. 삶 속에서 겪는 경험의 폭은 무한하게 넓다. 따라서 단지 불같은 질투를 느끼거나 분노를 참지 못하고 폭발시켰다고 해서, ‘마음에 병이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