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걸 선언
수잔 보트 지음·김선희 옮김/미래인·9800원
팻걸 선언
수잔 보트 지음·김선희 옮김/미래인·9800원
수잔 보트 지음·김선희 옮김/미래인·9800원
“그래, 나 뚱녀(팻걸·fat girl)다.”
고교 3학년, 학보사 기자이기도 한 제이미 카카테라는 어느 날 이렇게 선언한다. 보통 ‘뚱뚱’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팻걸’이다. 그것도 학교신문 ‘와이어’에 공개적으로. 그리고 그는 뚱뚱한 여성에 대한 주변의 모략과 사회적 편견을 직접 경험으로 고발하는 기사 ‘팻걸 선언’을 연재하기 시작한다. “준비하시라, 팻걸이 나가신다!”
평소 88사이즈를 입는 제이미는 우선 고급 의류매장 ‘핫칙스’에 쳐들어간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매장 내 가장 큰 사이즈라는 옷을 입어본다. 예상대로 가슴께도 통과하지 못한다. 뚱녀들을 위한 옷을 만들지 않는 가게의 ‘위선’과 실제보다 사이즈를 작게 표시하는 ‘전국적인 마케팅 음모-사이즈의 허영’을 고발한다.
청소년 전문 신경생리학자 수잔 보트가 쓴 소설 <팻걸 선언>은 계속 고발한다. 뚱녀는 연극반의 여주인공이 될 수 없다. 간호사들은 뚱녀들에게 혈관을 찾기 어렵다고 불평이다. 살이 찐 ‘끔찍한 장애’를 겪는 뚱녀들이 불쌍하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편견도 넘쳐난다. 그사이 거대한 체격을 앞세워 학교 미식축구 중앙 수비를 맡아온 남자친구 버크는 비만 탈출을 위한 위장접합 수술을 받는다.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랑스런 살들을 없애기로 한 버크도 고발 대상이다.
제이미의 도발적인 칼럼은 지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다. 뜻밖이지만, 원했던 바다. 사실 제이미는 노스웨스턴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이 연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시도는 결국 실패한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 언론상 관계자들에게 탄원서를 내기 위해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날씬해진 버크를 대신할 남자친구도 구했다.
이 책은 미국의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가 운영하는 ‘오프라 북클럽’과 미국청소년도서관협회 등의 추천도서로도 꼽혔다. 비만이 ‘차이’가 아닌 ‘오류’로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팻걸’의 좌충우돌기가 독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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