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봉수(50)·박임순(50)씨 가족
세 자녀와 33개국 여행마친 옥봉수·박임순 부부
아이들 자발성 찾는 과정 그린 ‘홈스쿨링’ 책 펴내
아이들 자발성 찾는 과정 그린 ‘홈스쿨링’ 책 펴내
“엄마, 공부가 정말 재밌어요. 하루에 10시간을 공부해도 부족한 것 같아요.”
옥봉수(50)·박임순(50)씨 가족이 세계일주 막바지에 이를 무렵인 과테말라 안티구아에 머물 때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중학교 첫 중간고사에서 350명 중 215등을 기록한 이래 4년동안 ‘공부해라, 안한다’ 신경전을 벌여온 맏딸 윤정이가 스페인어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둘째 은택이 역시 그리스 산토리니에서 기진맥진한 부모를 대신해 맞춤한 숙소를 찾아내며 ‘작은 보스’가 되더니 미국 여행 때는 조수석에서 인간 내비게이터 구실을 하면서 공간감각 능력을 발견했다. 셋째 은찬은 마추픽추행 3박4일 트레킹을 하면서 출발지에서 산 중고 자전거를 도착한 뒤 애초 산 값에다 콜라 한병까지 얹어 파는 수완을 발휘하면서 잠재된 ‘장사꾼’ 기질을 찾아냈다.
“545일 여행 동안 한 사람 퇴직금에 해당하는 1억7600만원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스스로의 길을 찾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전혀 아깝지 않아요. 투자에 비해 몇 배 수익을 올렸달까요?”
부부 교사였던 이들이 2008년초 22년 안정된 교사직을 버린 것은, 입시지옥으로 변해가는 교육현장에 회의가 일어서였다. 아이들이 중·고교에 진학하면서 다그치는 부모와 그 틈새서 괴로워하는 아이들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 탈출구가 세계여행이었다. 5개월에 걸친 필리핀 영어연수 겸 예행연습을 거쳐 2008년 9월5일부터 2010년 2월7일까지 33개 나라를 떠돌며 5인5색 가족들이 24시간 지지고 볶았다.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한 게 싸움이에요. 그동안 봉합된 문제점들이 모두 드러난 거죠.”
자연스럽게 문제가 풀린 것은 어른들이 지치기 시작한 여행 중후반. 가르치고 챙기기 대신 아이들한테 결정권을 넘기자 열린 공간에서 아이들의 자발성과 능력이 드러났다.
여행에서 돌아온 지 1년 4개월. 윤영은 병원 코디네이터와 피부관리사 자격증 취득하고 피부관리실에서 일하고 있다. 은택은 컴퓨터 디자인설계 자격증을 따고 충주 폴리텍4대학에 진학해 컴퓨터 응용 기계설계를 전공하고 있다. 셋째 은찬은 세무회계 기초자격증을 받은 뒤 세무회계 사무실에서 일하고 실무경험을 쌓은 뒤 경영학을 배울 참이다.
옥-박씨 부부는 그 사이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북노마드)를 펴내고, ‘가정과 교육 세움터’를 세워 가족 화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글 임종업 blitz@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옥-박씨 부부는 그 사이 <세상이 학교다 여행이 공부다>(북노마드)를 펴내고, ‘가정과 교육 세움터’를 세워 가족 화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글 임종업 blitz@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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