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세계시민 ‘공존’ 실험하는 ‘오로빌’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이곳의 삶에 치이고 지칠 때 저곳을 꿈꾼다. 현실의 싸움을 접겠다는 게 아니라, 더 잘 싸우기 위한 활력 충전의 기회로서의 여행이 가능할까? 가능하다고, 시인 겸 소설가 김선우는 대답한다. 그가 찾은 ‘저곳’은 인도 남부 벵골만의 생태 및 영성 공동체 오로빌. 그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한달 남짓 오로빌에 머물렀던 날들을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는 책으로 담아 내놓았다.
오로빌은 인도의 시인이자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영혼의 반려인 프랑스 여성 미라 알파사의 제안으로 1968년 처음 조성되기 시작했다. “어떤 나라도 영유권을 주장하지 못하는 곳” “선한 의지와 진지한 열망을 지닌 모든 인간이 세계의 시민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곳”을 향한 알파사의 꿈은 오늘날 전세계 40여개 나라에서 온 2000여명의 세계 시민들이 평화와 공존을 실험하는 현실이 되었다.
“개개인의 삶이 자신의 내면의 풍요에 맞춰져 있고, 사회의 전체 분위기가 개인의 행복감을 훼방하지 않는” 그곳에서 지은이는 “우리 사회의 욕망의 획일성이 더욱 아파지는” 경험을 한다. 숙소 창밖 아기 파파야와 아침 인사를 나누고, 공작새 블링블링과 영혼의 대화를 하는 곳.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상점, 흙탕물을 뒤집어쓴 나뭇잎을 정성껏 닦아 주는 주민, 떨어진 꽃을 주워 거름을 만드는 할머니…. 오로빌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 덕분에 지은이는 ‘이곳’의 삶을 더욱 씩씩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청림출판·1만3000원.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심리적인 허기’ 왜 음식으로 채우나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
클레오파트라와 장희빈의 공통점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졌다는 점이다. 그들의 외모는 권력을 창출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현대의 많은 여성들은 다이어트와 성형에 집착한다. ‘아름다움은 곧 권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력을 쟁취하는 일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다이어트는 늘 실패하고 성형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행복에너지는 고갈되고 우울증에 빠진다.
이때 쉽게 빠져드는 중독은 도박도, 게임도, 쇼핑도 아니다. 음식중독이다. 직장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라면봉지를 뜯거나 주말마다 맛집을 돌아다니는 일은 중독의 징후다.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교수와 비만과 스트레스를 연구해온 의사 유은정씨가 함께 쓴 <나는 초콜릿과 이별 중이다>는 여성들의 ‘심리적인 허기’에 주목한다.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은 욕구가 번번이 불발로 그치면 깊은 상처를 입고 “갈망해 온 삶이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단짝친구에게 확인”받으면서 스트레스 지수는 올라간다. 뇌는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몸은 폭식을 선택한다. 문제의 원인을 알면 해결책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법. 지은이들은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고 말한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하루 30분씩 일기를 쓰거나 산책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내면의 목소리와 만날 수 있다고 일러준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법한 여러 가지 사례들이 등장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행복은 ‘권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허기진 마음을 채워 자신만의 삶을 뚜벅뚜벅 걷는 것’임을 깨달을 수 있다. /21세기북스·1만2000원.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심리적인 허기’ 왜 음식으로 채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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