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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자유연합 이론’ 내세웠던 항일 아나키스트 이회영

등록 2011-06-17 21:21

이회영 평전-항일무장투쟁의 전위, 자유정신의 아나키스트

김삼웅 지음/책보세·2만원

나치 독일에 저항해 망명객이 된 한나 아렌트는 “망명자는 그 시대 인민의 전위”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에 중국에서, 만주에서 항일 무장투쟁을 펼쳤던 독립운동가들은 아렌트의 이 말을 입증하는 산 증거다. 대대로 정승, 판서를 지낸 ‘삼한갑족’의 후예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기득권과 재산을 버리고, 온 가족을 이끌고 만주로 망명해 항일 무장투쟁의 길을 닦았던 우당 이회영(1867~1932)은 특히 주목할 인물로 꼽힌다.

한국현대사의 중요 인물 ‘평전 쓰기’ 작업을 계속해온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씨가 최근 <이회영 평전>을 써냈다. 그동안 크게 조명받지 못했던 이회영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다룬 평전으로, 이회영의 생애에만 집중하지 않고 그때 독립운동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함께 다뤘다. 특히 지은이는 이회영을 통해 1920년대 동아시아에서 ‘자유와 평등’을 실현할 대안으로 끌어안았던 ‘아나키즘’에 주목했다.

이회영은 명문 사대부가에서 태어났지만 일찍부터 봉건적 질서에서 벗어나 급진적인 자유사상을 추구했다. 김구, 이동녕, 이동휘, 신채호 등 우국지사들과 함께 상동교회와 신민회를 중심으로 구국운동을 펼쳤다. 경술국치를 계기로 망명을 결심한 그는, 1910년 형제일가 60여명을 이끌고 만주로 건너가 신흥무관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이회영 일가는 전 재산을 처분한 40만원, 현재 가치로는 600억원에 이르는 거금을 여기에 쏟아부었다.

혹독한 추위와 배고픔, 일제의 감시 속에서 10년 동안 유지된 신흥무관학교는 항일 무장투쟁의 구심점이 됐다. 올해는 이 신흥무관학교가 설립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지은이는 “이회영 등 지도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그 생명력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사상가로서 이회영의 면모를 ‘아나키스트’로 규정한다. 아나키즘은 서로 양보하고 협동하는 인간의 본능을 강조하며, 이에 따라 강제에 의하지 않은 자유로운 협동과 이를 기반으로 한 공동체 활동을 중심으로 삼는다.

이회영와 신채호는 중국의 대표적 문학가 루쉰, 러시아의 저명한 아나키스트 예로셴코와 교류하는 등 아나키즘을 본격적으로 발전시켰다. 이회영은 아나키즘을 내걸고 조국독립과 민중해방을 동시에 추구하려 했으며, 한·중·일 아나키스트 연맹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아나키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이회영이 보여준 정신적 고결함은 아나키즘에 깊게 연결되어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회영은 숱한 독립운동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하면서도 어떤 ‘자리’를 맡아본 일도, 자신을 내세우는 글도 남기지 않았다. 또 독립운동 진영의 분열과 자리다툼에 대해 ‘자유연합이론’, 곧 하나의 이념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이념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1932년 66살의 노구를 이끌고 다시 만주에서 항일전선을 조직하기 위해 만주로 가는 배를 탔던 이회영은 일제에 잡혀 모진 고문 끝에 뤼순 감옥에서 숨졌다.

이런 이회영의 생애에 대해 지은이는 “타락한 시대, 강권주의 시대에 치열하게 저항하다가 순결한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면서 조국해방전선의 제단에 산화했다”며 “살아 있는 교과서이자 ‘지나간 미래상’”이라고 평가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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