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
미야니시 다쓰야 지음·백승인 옮김/달리·1만1000원
옛날 옛날, 6000만년도 더 된 아주 먼 옛날. ‘빠가닥.’ 깨진 알껍질 사이로 아기 공룡 안킬로사우루스가 태어났다. 때마침 길을 지나던 티라노사우루스가 느닷없이 아빠가 된다. “내 이름을 불러줬잖아요. 그걸 알고 있으니까 우리 아빠지.”
‘육식파’ 아빠의 첫마디가 아기 공룡의 이름이 됐다. “헤헤헤, 고녀석 맛있겠다.” 이렇게 성은 ‘고녀석’, 이름은 ‘맛있겠다’가 된 아기 공룡과 순수미 넘치는 아빠 공룡의 가슴 찡한 동행이 시작된다. 아빠는 ‘맛있겠다’를 노리는 킬란타이사우루스의 이빨을 몸으로 막아낸다. 아이에게 박치기·꼬리쓰기·울부짖기 등을 가르치고, 별빛 쏟아지는 백악기 벌판에 잠든 ‘맛있겠다’를 포근히 안아주기도 한다.
‘맛있겠다’는 풀을 싫어하는 아빠를 위해 험한 벌판을 가로질러 매일 빨간 열매를 따왔다. 하지만 아빠는 ‘맛있겠다’를 진짜 가족에게 돌려보내기로 한다. 티라노사우루스는 빨간 열매를 한알 삼키며 말한다. “잘 가라 맛있겠다야….”
인형미술가 출신의 작가 미야니시 다쓰야가 심술궂고 사나운 것으로만 알려진 티라노사우루스에 동화적 감성을 불어넣어 이 시리즈를 만들었다. 하늘을 나는 익룡 프테라노돈과의 안타까운 우정, 하나뿐인 친구였던 수장룡(물속 공룡) 엘라스모사우루스와 슬픈 이별이야기 등이 시리즈에서 이어진다. 백승인씨의 번역 솜씨도 한몫을 한다. 우릉우릉(화산 끓는 소리), 캬우웅(공룡 울음), 할짝할짝(핥는 모양), 타달타달(걷는 모습) 등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단어로 원작의 느낌을 제대로 살렸다.
2003년 처음 출간된 뒤 일본에서만 150만부 이상 팔렸고, 국내에선 1권 <고녀석 맛있겠다>가 2004년 나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 나머지 이야기까지 모두 묶어 출간됐다. ‘엄마 아빠를 울리는 공룡시리즈’라는 안내글이 무색하지 않게 아이들에 책 읽어주던 어른들까지 눈물 쏙 빼게 만든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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