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1일 제1차 ‘희망버스’로 부산을 찾은 시민들이 한진중공업의 무차별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만나러 가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미국서 펼쳐진 저항의 기록들
전쟁·국가 파시즘·인종차별…
불의에 맞선 운동의 힘 보여줘
전쟁·국가 파시즘·인종차별…
불의에 맞선 운동의 힘 보여줘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
에이미 굿맨, 데이비드 굿맨 지음·노시내 옮김/마티·1만3500원 이라크 출신인 건축가이자 반전활동가인 자란 라에드 자라르는 2006년 미국 시민권을 얻었다. 그해 8월 오클랜드에 있는 집으로 가기 위해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던 그는 항공사와 공항직원들에 의해 갑자기 탑승을 제지당했다. 단지 아랍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티셔츠 위의 아랍어는 나치에 맞선 저항정신을 대표하는 “우리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문구였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자라르는 완강한 직원들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뉴욕’이라고 쓰인 티셔츠로 갈아입어야 했고, 감시의 눈길 속에 굴욕적으로 비행기를 타야 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미친 일’이라며 고개를 흔들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미친 일들이 엄연한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미친 세상에 저항하기>는 제목 그대로 ‘미친 세상’을 그대로 참아내지 않고 ‘운동’을 통해 맞서 싸운 ‘보통 사람들’에 대한 취재기록이다. 지은이 에이미 굿맨은 1996년 미국에서 설립돼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떠오른 방송사 <데모크라시 나우!>의 창립자 겸 진행자다. 또다른 지은이이자 에이미 굿맨의 동생인 데이비드 굿맨 역시 독립 언론인이다. <데모크라시 나우!>는 사적 이익에 종속되거나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엄격한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광고나 기업의 후원, 협찬을 일체 받지 않고 공공재정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이 방송은 이익에 매몰된 주류 매체들이 다루지 않는 사회 이슈들과 풀뿌리 활동가들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보도해 ‘대안 언론’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에서는 미국에서 펼쳐진 여덟가지 저항의 기록들을 옮겨놨다. 전쟁, 국가 파시즘, 인종차별, 정부와 대기업의 커넥션 등 하나같이 미국의 예민한 현실을 반영하는 사건들이다. 주로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인 2000년대에 일어난 사건들이기도 하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애국법’을 앞세워 코네티컷도서관연합회에 테러 방지를 위해 모든 개인 정보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요구받은 사실을 제3자에게 누설하면 안 된다는 ‘함구령’까지 붙여서. ‘비밀경찰’과 다름없는 이와 같은 행위에 대해 도서관 사서들은 국가에 대한 소송으로 맞섰다. 패소를 염려한 정부가 결국 함구령을 해제하는 정도로 사건이 봉합됐지만, 사서들의 저항을 통해 애국법의 불합리함이 만천하에 알려질 수 있었다.
학교에서 상연을 금지당했지만 이에 저항해 미국 전역을 감동시킨 윌튼고등학생들의 전쟁 반대 연극 <갈등의 목소리> 장면. 마티출판사 제공
지은이들은 이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가나 명망가가 아니라 불의에 저항하는 보통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또 이들은 ‘운동’을 통해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아랍어 티셔츠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던 자라르는 <데모크라시 나우!>에 나와 자신의 경험을 말했고, 이에 분노한 사람들은 똑같은 티셔츠를 입고 단체로 자라르가 탔던 비행기를 타는 등 집단적 저항에 나섰다. 불의에 대한 분노가 운동으로 발전한 것이다. 지은이들은 “한 명으로 시작했어도 결국 여럿이 되는 것이 바로 운동”이며 “우리가 기다리던 지도자는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 역설한다.
미국 ‘애국법’에 담겨 있는 함구령 조항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정부와 소송을 벌인 코네티컷도서관연합회 사서들의 활약을 그린 만평. 마티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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