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조 유네스코 방콕사무장
김광조 유네스코 방콕사무장
유네스코는 출판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한 <아프리카사>, <라틴아메리카사>, <중앙아시아 문명사>, <지중해사> 등 ‘지역사’ 시리즈를 펴내고 있다. 제국주의, 정복국가 중심의 역사 서술에서 탈피해, 지역 내에서의 통합과 대화, 상호이해에 공헌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아직까지 동아시아를 대상으로 한 지역사 책은 펴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제5회 동아시아 역사화해 국제포럼이 타이 방콕에서 개최되는 데 힘쓴 김광조 유네스코 방콕사무소장(사진)은 “동남아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서 <동아시아사>를 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교육학자로 활동하다가 2008년부터 유네스코 사업에 뛰어든 김 소장은 2009년 방콕사무소장으로 부임했다. 방콕은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가 위치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중심도시여서 방콕사무소장인 김 소장은 유네스코 안팎에서 새로운 흐름을 가져다줄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소장은 “동남아 국가들 역시 동북아와 마찬가지로 100년 전부터 크고 작은 분쟁을 안고 살아왔다”며 “다만 점차 자국과 관계된 이슈에만 매몰되는 흐름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아세안 등 대표적인 지역협력 기구들도 경제적인 이해관계 등 그 논의의 폭이 상당히 제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에서 진행시켜왔던 역사화해 문제가 적극적으로 소개되면 동남아 국가들도 좀더 큰 맥락에서 논의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논의를 이끌어나갈 주체다. 아시아 지역의 대표성을 가진 국제기구가 취약한 상태라서 누군가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으면 역사화해 이슈도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아세안의 구실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네스코가 아세안에 적극적으로 제의해서 역사화해에 대한 사업을 확대시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제기한 유네스코의 <동아시아사> 편찬 등은 그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소장은 “역사화해를 통한 지역공동체 구성은 현실 속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앞으로 이런 점들을 동아시아 국가들에 꾸준히 전파하고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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