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강타했던 2009년 4월,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독일 금속노조가 거대한 펼침막을 펴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펼침막에는 “위기는 너희들의 것이다/ 미래는 우리의 것이다/ 이 자본주의는 폐기되어야 한다”고 쓰여 있다. 그린비 제공
정통파 마르크스 경제학자 ‘금융위기 이후의 자본주의’ 논쟁
‘계급대립’ 주목한 김수행 교수 “현 정세 심각”
‘국가독점자본주의론’ 김성구 교수 “대안 부재”
‘계급대립’ 주목한 김수행 교수 “현 정세 심각”
‘국가독점자본주의론’ 김성구 교수 “대안 부재”
2007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많은 이들이 ‘자본주의의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대규모 경기부양책과 구제금융 등 적극적인 국가 개입에 따라 표면적으로나마 위기는 진정되어 가는 듯 보였고, 자본주의의 위기는 점차 ‘신자유주의의 위기’로 축소됐다. 최근에는 ‘자본주의 4.0’처럼 자본주의 스스로 자체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얼마 전 미국 증시폭락과 주요 국가들의 막대한 국가부채 등 위기의 징후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일찍부터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모순과 자멸을 예측했던 마르크스 경제학자들은 과연 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최근 국내 대표적인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꼽히는 두 학자가 자본주의 체제의 위기와 전망을 두고 계간지와 학술회의를 무대로 날카로운 논쟁을 펼쳤다.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올해 펴낸 <세계대공황>에서 2007~2009년 경제위기를 자본주의 축적양식의 변화를 가져올 ‘세계대공황’으로 풀이한 바 있다. 반면 <현대자본주의와 장기불황>을 펴낸 김성구 한신대 교수는 최근 경제위기가 자본주의 축적체제의 구조적 위기라고 보기 어려우며, 신자유주의 지배체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학자는 계간지 <마르크스주의 연구> 가을호에서 각각 상대의 책에 대해 비판적인 서평을 실었으며, 2일 경상대 사회과학연구원이 연 학술회의에서도 애초의 비판과 같은 맥락 위에서 논쟁을 펼쳤다. 이들의 논쟁은 경제위기에 대한 마르크스 경제학 안의 주요 쟁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김성구 교수-아직도 국가독점자본주의 시대 김성구 교수의 풀이는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근거한다. <자본론>에 근거한 일반이론만으로는 현대 자본주의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이 어려우며, 국가독점자본주의라는 중층적인 이론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은 1930년대 대공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가권력과 자본이 결탁하여 이뤄낸 체제를 ‘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라고 보고, 현대 자본주의가 경쟁자본주의로부터 독점자본주의로, 다시 국가독점자본주의로 발전해나간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 이론에 따라, 김성구 교수는 2007~2009년 경제위기에 대해 “7~10년 주기로 발발하는 여느 공황과 다를 바 없는 주기적 과잉생산공황”이며 “금융위기라는 신자유주의 특유의 구조적 성격의 위기와 결합했기 때문에 그 양상이 폭발적이고 심각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주기적 과잉생산공황은 새로운 산업순환을 통해 회복 국면으로 넘어갈 것이며, 위기에 대한 국가개입이 케인스주의로의 복귀가 아니라 다시 신자유주의 체제의 재편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 지배체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봤다. 곧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대체할 모델이나 전망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수행 교수-자본주의 모순, 이제 통제 못한다 반면 김수행 교수는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해, 국가와 독점보다도 자본과 노동의 원천적인 계급대립 관계에 더 주목한다. 자본주의 축적체제 안에서 이윤율은 경향적으로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끊임없이 잉여가치를 착취하기 위한 자본의 노력은 각종 모순을 불러일으켜 결국 축적체제의 변화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그는 자본주의 축적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구조적인 위기를 ‘세계대공황’이라고 부르며, ‘1930~1938년과 1974~1982년, 2008년부터 현재까지’가 세계대공황에 해당한다고 봤다.
김수행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김성구 교수의 진단을 “긴급구제금융 투입으로 거대 금융기업들이 회생하고 증권시장의 주가지수가 어느 정도 회복한 것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채무를 축소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이 불러일으키는 세계 각국 민중의 시위, 환율전쟁과 무역분쟁, 그리스 국가채무를 둔 유럽연합 안의 갈등, 일본의 지진해일(쓰나미)과 원전 문제 등은 현재 정세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는데, 김성구 교수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라는 ‘단계론’에 집착해 이런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안 모델은 과연 존재하는가 김성구 교수는 김수행 교수의 세계대공황론이 자본주의의 주기적 공황과 구조적 위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분별하기 위해선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판한다. 지금의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인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반자본주의적 방식의 사회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이것이 저지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는 지속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단계론이라는 비판에는 “김수행 교수 역시 금융과두제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 금융자본과 국가의 유착 등 현실의 금융위기 분석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주요 명제들을 확인하고 있다”며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유효성을 역설했다. 결국 갈림길은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대안모델이 전제되어야 하느냐, 마느냐로 압축된다. 김수행 교수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곪아터지는 것이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을 이끈다고 보는 반면, 김성구 교수는 생산수단을 반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사회화하는 대안 모델이 없는 한 신자유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김성구 한신대 교수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수행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지속될 것이라는 김성구 교수의 진단을 “긴급구제금융 투입으로 거대 금융기업들이 회생하고 증권시장의 주가지수가 어느 정도 회복한 것에 현혹되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국가채무를 축소하려는 신자유주의적 긴축정책이 불러일으키는 세계 각국 민중의 시위, 환율전쟁과 무역분쟁, 그리스 국가채무를 둔 유럽연합 안의 갈등, 일본의 지진해일(쓰나미)과 원전 문제 등은 현재 정세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는데, 김성구 교수가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이라는 ‘단계론’에 집착해 이런 상황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안 모델은 과연 존재하는가 김성구 교수는 김수행 교수의 세계대공황론이 자본주의의 주기적 공황과 구조적 위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를 분별하기 위해선 국가독점자본주의론에 기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비판한다. 지금의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위기인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국가독점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반자본주의적 방식의 사회화가 필요하다는 것. 그런데 이것이 저지되고 있기 때문에 위기는 지속될 뿐이라는 설명이다. 단계론이라는 비판에는 “김수행 교수 역시 금융과두제를 지원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 금융자본과 국가의 유착 등 현실의 금융위기 분석에서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주요 명제들을 확인하고 있다”며 국가독점자본주의론의 유효성을 역설했다. 결국 갈림길은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을 위한 대안모델이 전제되어야 하느냐, 마느냐로 압축된다. 김수행 교수는 자본주의의 모순이 곪아터지는 것이 새로운 체제로의 이행을 이끈다고 보는 반면, 김성구 교수는 생산수단을 반자본주의적 방식으로 사회화하는 대안 모델이 없는 한 신자유주의는 계속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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