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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환경위기가 과거에도 6차례나 있었다니…

등록 2011-09-09 17:56

임석재의 생태건축-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
임석재 지음/인물과사상사·2만2000원
임석재의 생태건축-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 임석재 지음/인물과사상사·2만2000원
임석재의 생태건축-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
임석재 지음/인물과사상사·2만2000원
오늘날 우리에게 찾아온 환경 위기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기술 중심주의를 앞세운 서양 문명을 탓한다. 서양 문명이 오랜 시간 동안 인간의 탐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자연을 착취해왔던 결과가 오늘날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양 문명이라고 해서 항상 자연을 착취할 궁리만 했었을까? 그 속에도 자연과 함께 살기 위한 생각과 노력이 있지 않았을까?

건축사학자가 쓴 ‘생태사상사’
자연철학·농촌예술운동 등
위기마다 새 자연관이 해결
“자연순환 원래대로 복원해야”

건축사학자인 임석재 이화여대 교수는 최근 써낸 책 <임석재의 생태건축>에서 “서양의 역사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일곱 번의 위기와 일곱 개의 자연이 있었다”는 색다른 관점을 펼쳐냈다. 오늘날 환경 위기는 인류가 처음 맞이한 위기가 아니라 과거에도 이미 여섯 번이나 찾아왔었고, 그때마다 자연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 등장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핵심적인 주장이다. 곧 서양 문명이라고 해서 늘 자연을 지배하는 방향으로만 움직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은이는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지금의 환경 위기는 새로운 문명이 등장해야 해결할 수 있다”며, 새로운 문명을 준비하는 작업의 하나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무엇보다 문명을 뒷받침하는 정신적인 가치, 곧 사상과 예술, 종교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책의 제목은 ‘생태건축’이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생태사상사’에 더 가깝다. 과거에 찾아왔던 위기와 그것을 극복한 자연관을 참고할 때 오늘날 위기의 해결책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렉산더 호그가 그린 <버려진 모태의 땅>. 황무지를 ‘대지의 여신’으로 표현해, 기술 문명의 발전으로 폐허처럼 버려진 자연의 모습을 나타냈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알렉산더 호그가 그린 <버려진 모태의 땅>. 황무지를 ‘대지의 여신’으로 표현해, 기술 문명의 발전으로 폐허처럼 버려진 자연의 모습을 나타냈다. 인물과사상사 제공
지은이는 “자연을 열등한 것으로 보거나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과 목적으로 삼을 때 늘 생태 위기가 찾아왔으며,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자연을 독립적이고 성스러운 것으로 보면서 인간을 그 속에 포함되는 것으로 정의할 때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서양에서 자연에 대한 철학적 사유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자연은 인간을 포함하는 포괄적이면서도 독립적인 존재 구조를 갖는다는 ‘통합적 자연관’을 가졌다. 땅의 여신인 가이아라는 상징적인 존재에서 나타나듯 자연 자체를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로 파악했던 것이다. 그러나 물질과 정신을 구분하고 정신적 가치에 견줘 물질을 열등하다고 파악한 플라톤의 이분법이 등장하면서 첫번째 위기가 찾아온다. 자연을 물질, 곧 자원으로 봤기에 여기에 기술이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그 뒤로 이와 같은 패턴의 위기와 극복이 반복됐다고 한다. 물질적 수단으로서 자연을 개발했던 로마 문명과 중세 기독교 문명이 두번째 위기를 불렀다면, 자연을 ‘성스러운 예술작품’으로 바라봤던 자연철학 등이 이를 극복하려 했다. 르네상스 때 찾아온 인본주의와 종교개혁은 인간중심주의를 내세워 본격적인 자연정복을 시작하게 만든 세번째 위기였고, 자연을 감성적으로 대한 낭만주의가 이에 맞섰다. 17세기 자연을 기계로 파악하는 기계론적 자연관이 불러온 네번째 위기에 대해선 자연의 작동원리 자체를 성스러운 것으로 봤던 자연철학 등의 흐름이 등장했다.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극심한 자연 파괴를 가져온 산업혁명은 다섯번째 위기를 불렀다. 진화론도 나타나 인간중심주의를 확고하게 굳혔다. 여기에 맞선 것은 기독교 사회주의 등이 내세웠던 ‘이데올로기로서의 자연’이었다. 대량생산에 맞서 ‘서로 다른 구성 요소들이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모습을 강조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심화에 따라 나타난 물신숭배와 근대적 대도시의 등장은 여섯번째 위기로 볼 수 있으며, ‘농촌으로서의 자연’을 강조한 농촌예술운동 등이 이에 대한 대안을 찾으려 했다.

20세기에 들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전방위적인 환경문제는 기술제일주의의 부작용으로 나타난 일곱번째 위기라고 한다. 여기에 대응하는 자연관은 ‘유기체로서의 자연’, 곧 자연 자체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요소들이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존재로 보는 관점이다. 특히 지은이는 1973년 아르네 네스가 제창한 ‘심층 생태학’에 주목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의 이익을 고수하는 방식으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며, 인간중심주의를 버리고 자연중심주의를 채택할 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이 지점에서 생태건축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은이는 “건축에서도 현대 기술을 최대한 포기해야 심층 생태학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친환경’ 딱지를 붙이더라도 인간중심주의를 담고 있는 기술에는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일상생활을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자연중심주의’만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생태건축이라고 강조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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