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독학파스타
“나는 알 덴테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은 일종의 도발이다. 너무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게 알맞게 파스타 면을 삶은 상태를 말하는 ‘알 덴테’(al dente)는 파스타 세계에선 민주국가의 헌법만큼이나 맛의 기준이다. 알 덴테를 아느냐, 수준을 구별할 수 있느냐, 알 덴테 상태로 삶을 줄 아느냐 등은 언제나 중요했다. 그런데 <독학파스타>의 지은이는 이 알 덴테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 나라의 음식 맛을 고집하기보다 자신만의 해석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퍼진 라면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는 스파게티도 약간 퍼져야 맛있다. 퍼진 면발에 양념이 더 잘 묻어난다.”
음식은 시대 따라 지역 따라 사람 따라 달라지는 창조의 세계다. 알 덴테에 대한 집착은 일종의 편견이라고 꼬집는다. 이 독특한 요리책은 어디에도 허영이라곤 없다. 안초비 대신 멸치젓을, 루콜라 대신 신선초로도 얼마든지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다고 이야기한다. 지은이는 신문사 문화부 기자. 부엌에 들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알았던 안동 출신 40대 아저씨가 어느날 파스타가 가장 만들어 먹기 쉬운 요리란 것을 깨닫고 스스로 개발해나간 파스타 조리법 에세이다. 광화문 단골 파스타집에서 30분 넘게 줄 서는 번거로움이 싫어서 아예 만들기 시작한 파스타가 그를 변화시킨 생생한 기록이기도 하다. 알리오 올리오로 시작해서 떡파게티, 두반장파스타로 이어지는 지은이의 파스타 탐험은 롤러코스터처럼 신난다. 권은중 지음/바다출판사·1만5000원.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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