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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쉽게 푼 불교 눈·귀에 착착 감기네

등록 2011-09-23 18:45

우화로 읽는 팔만대장경. 진현종 엮음·법안스님 감수·김경호 사경/컬처북스·1만5000원
우화로 읽는 팔만대장경. 진현종 엮음·법안스님 감수·김경호 사경/컬처북스·1만5000원
최초 대장경 1000주년 기념 우화집
가장 재밌고 의미 깊은 이야기 추려
종교나 사상이라고 하면 머리 아프도록 추상적인 이야기들이 떠오르지만, 원래 선현들의 가르침은 모두 입에서 나와 입으로 전해졌던 이야기였다. 대중들이 알기 쉽게 직접적이고 구체적일 수밖에 없었다. 석가모니는 45년 동안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하루도 빠짐없이 가르침을 폈는데,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편안하고 쉬운 말을 썼다. 특히 짧은 이야기인 ‘우화’로 가르침을 전하곤 했다.

<우화로 읽는 팔만대장경>은 팔만대장경 속에 있는 불교의 가르침 가운데 우화로 된 가르침들을 골라서 엮은 책이다. ‘대장경’이란 말은 여기저기 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던 불교의 가르침을 모아서 문서로 한데 묶은 것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선 현재까지 전해지는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팔만대장경이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이미 그 전에 초조대장경과 속장경이 주조된 바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인 초조대장경이 만들어진 지 100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책은 ‘초조대장경 1000년’을 기념해 만들어졌다. 동양의 철학과 사상, 특히 불교에 대해 왕성한 저술활동을 펼쳐 온 진현종씨가 엮고, 국내 불교계 최고의 학승으로 꼽히는 법안 스님이 감수했다. 책 중간중간에는 시인이자 서예가인 김경호씨의 ‘사경’들을 실었다. 사경은 불교 경전을 베껴서 옮겨적는 예술작품을 뜻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어렵게 느껴지는 불교의 가르침을 우화라는 짧은 이야기 형식을 통해 쉽게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팔만대장경을 자랑스러워하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부처의 가르침은 어렵게 여겨 들춰보지도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상은 더 많은 사람들을 깨치게 하기 위해 우화를 들어가며 쉽게 가르침을 폈던 부처의 뜻과 반대되는 것이다. 엮은이는 원래의 뜻을 되살리기 위해 기존에 정리된 부처님의 설법 가운데 가장 재밌으면서도 의미 깊은 우화들을 추려냈다고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의 진정한 묘미는 심오하고 난해한 교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구체성과 현장성에 기초하여 일반인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듣고 바로 이해하고 깨달을 수 있는 비유와 설화 형식의 설법에 있다”는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우화들은 모두 짧지만 강력해서, 마음속에 여운과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사자를 따라다니며 사자가 남긴 음식만 먹다가 사냥거리가 떨어진 사자에게 결국 잡아먹히는 여우, 비둘기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살점을 하나씩 내놓다가 결국 자신의 몸을 통째로 넘기는 인자한 왕, 문수보살을 만나고 싶어했으면서도 지저분한 모양새 때문에 알아보지 못한 어리석은 사람 등 재밌는 이야기들 속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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