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독서 공정사회란 무엇인가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좇아 행동한다는 생각은 점차 틀린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대신 행동과학자들, 진화경제학자들, 인류학자들은 상호주의, 공정성, 이타주의 등이 인간의 경제적·사회적 행위를 형성하는 근본적인 인간의 가치라는 사실을 속속 밝혀내고 있다.
생명과학과 사회과학을 아우르는 생물학자인 피터 코닝이 쓴 <공정사회란 무엇인가>는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발견에 따라 사회의 조직 원리도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지은이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 실질적인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조건을 정확히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틀렸다고 본다. 따라서 기존의 사회계약을 폐기하고, 생물학적 관점을 바탕으로 한 ‘생물사회적 계약’을 새로 맺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은이가 주목하는 것은 ‘공정성’을 추구하는 인간 본성이다. 인간사회는 ‘집단적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서로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는데, 각 사회가 집단적 생존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지는 그 사회의 공정성에 달려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공정성의 핵심은 동등한 분배를 가리키는 ‘평등’, 공로에 대한 마땅한 배려로서의 ‘공평성’, 사회를 구성하는 보편적 원칙으로서 ‘상호주의’라고 본다. 이들은 각각 생물의 기본적 욕구를 보장하는 ‘생물사회주의’, 공로에 대해 공평히 보상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공동체로서 협력을 추구하는 ‘공동체 거버넌스’ 등과 연결된다.
지은이는 이들이 결합한 사회가 바로 ‘공정사회’라고 보고, 인류는 새로운 생물사회적 계약을 통해 공정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병화 옮김/에코리브르·2만3000원.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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