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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서울 건축물 조명 70% 국제기준 초과”

등록 2011-10-04 20:30

2009년 빛공해 사진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최상식씨의 사진 <불면의 도시>.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인공조명의 사용은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빛공해’가 되어가고 있다.  조명박물관 제공
2009년 빛공해 사진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은 최상식씨의 사진 <불면의 도시>. 현대 사회에서 과도한 인공조명의 사용은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빛공해’가 되어가고 있다. 조명박물관 제공
‘빛공해 세미나’ 열려
전광판 등 최대 13배 넘기도
사고·수면장애·생태계 교란
각국선 세기·각도 등 규제 시행
우리는 ‘방지법안’ 국회 계류중
밤이 너무 밝다 보니 매미는 낮과 밤을 가리지 못하고 하루 종일 운다. 인간 세상이 너무 밝아 밤하늘의 빛이 잘 보이지 않으니 철새들은 갈길을 잃고 헤맨다. 너무 밝은 조명 탓에 인간도 숙면을 취하기가 힘들다. 아직도 ‘빛공해’라는 말은 왠지 낯설지만, 사방에서 우리 눈을 찔러오는 과도한 인공조명은 이미 공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한국조명연구원, 조명박물관, 한국전등기구공업협동조합 등은 지난달 30일 경기도 양주 조명박물관에서 ‘2011년 빛공해 세미나’를 열었다. 빛공해의 위험성이나 그 대책에 대한 논의는 국내외에서 빠르게 진전되고 있지만, 일반 대중들은 물론 관련 산업계도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실정이라 이를 널리 알리겠다는 취지로 열린 행사다.

환경부에서는 빛공해를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빛 또는 새어나오는 빛이 인간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거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조명위원회(CIE)는 “인공조명의 역효과를 일으키는 요소들의 총칭”으로 광범위하게 규정한다. 상세한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빛공해는 인공조명 때문에 인간을 포함한 생태계가 피해를 받는 상태를 가리킨다.

빛공해가 유발하는 피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눈부심’(글레어) 현상이다. 지나친 빛은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 뿐 아니라 불쾌감을 준다. 운전자나 보행자는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해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끊임없이 새어들어오는 빛은 낮과 밤을 뒤바꿔 수면장애를 일으키는 등 생체리듬에도 영향을 준다.

더 큰 문제는 생태계에 대한 피해다. 밤낮없이 우는 매미와 이동경로를 잃은 철새뿐 아니라, 빛공해는 생태계에 다양한 영향을 준다. 생태계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기초적인 존재인 곤충의 경우 서식지를 떠나 인공조명 근처를 맴돌다 죽는다. 이는 생태계 균형을 무너뜨리는 작용을 한다. 또 문화재를 밝히려고 쏘는 강렬한 인공조명은 고건축물을 부식시키고 왕릉이나 고분벽화의 그림들을 사라지게 만들기도 한다.

이날 환경부 양우근 사무관은 “2009년 서울 등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1차 실태조사에서는 건축물 조명의 70%, 전광판은 62.5%가 국제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국제조명위원회는 건축물 표면의 적정 휘도(광원에서 발생된 빛이 빛나는 정도. 조도는 일정 면적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말한다)를 25㏅/㎡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를 8~13배나 초과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한국조명연구원의 임종민 책임연구원은 “1972년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빛공해에 대한 법령이 처음으로 제정된 뒤로 국외에서는 빛공해에 대한 법적인 관리가 계속 진행되는 추세”라고 발표했다. 독일은 ‘빛공해 측정 및 평가에 관한 지침’을 통해 거주지 유리창면의 평균조도·휘도의 허용치를 규정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조명기구의 빛 세기나 각도 등을 규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빛공해 방지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중이다. 그 내용을 보면, ‘조명환경관리구역’을 설정해 지역별로 조명 관리의 기준을 나누고, 건축물 조명이나 발광 광고물에 차등적인 제한을 두는 방식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빛공해 방지 및 도시 조명관리 조례’를 제정해 공포하는 등 지자체 차원에서 빛공해 문제에 대응해 나서고도 있다.

조명 산업 관계자들이 많이 모인 이날 행사에서는 법 제정과 별도로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도 논의됐다. 조명 디자이너인 고기영 비츠로앤파트너스 소장은 “지평선 위로 나가는 빛을 최대한 제한하고 조명 방법과 점등 시간, 밝기 등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디자인 단계에서 빛공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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