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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안철수·이외수·유재석…‘어록’의 행간을 읽다

등록 2011-10-21 20:19수정 2011-10-21 20:28

공감의 한줄-세상을 바꾸는 어록의 힘
공감의 한줄-세상을 바꾸는 어록의 힘
설득보다 센 ‘공감의 힘’ 주목
‘한마디’ 속 사회적 의미 조명
공감의 한줄-세상을 바꾸는 어록의 힘
강명석 외 25명 지음/북바이북·1만3500원

바야흐로 ‘한 줄의 시대’다. 누군가 트위터와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방송에서, 무슨무슨 콘서트에서, 책에서 말했던 한 줄짜리 문장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퍼져나간다. “힘이 강하면 책임도 무거워진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인용한 이 말은 성공한 사람의 사회적 책임을 일깨워줬다. “3등은 괜찮다. 삼류는 안 된다”는 로커 김태원의 한 마디는 경쟁사회를 초월해 스스로 즐기는 인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짧은 말, 바로 ‘어록’이다.

<공감의 한 줄-세상을 바꾸는 어록의 힘>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열풍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어록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책이다. 안철수 교수, 시골의사 박경철, 소설가 이외수·김애란, 연기자 김여진, 코미디언 김제동·김미화, 논객 진중권·김어준, 인기 엠시 유재석·강호동 등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는 어록의 주인공들을 망라해 소개하고, 이들의 어록이 생산되고 주목받은 맥락을 설명해준다. 강명석 <10아시아> 편집장 등 25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원래 지난 8월 출판전문잡지 <기획회의>가 특집으로 다뤘던 주제인데, 사회문화적 현상을 적절히 반영했다는 판단 아래 내용을 보강해 단행본으로 펴낸 기획력이 돋보인다.

대중들이 어록에 열광하는 현실은, 더이상 설득조의 장광설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공감’이다. 홍대 청소노동자의 투쟁에 대해 학습권을 내세우며 야멸찬 태도를 보였던 학생회장에게 “너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대신 나랑 밥이나 한번 먹자”고 말했던 연기자 김여진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에세이스트 김현진씨는 “결국 식초보다는 꿀로 더 많은 파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정재승, 조국, 진중권 등도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무게감을 덜어냈기 때문에 그들의 말들이 어록으로서 대중들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또 대중들은 오피니언 리더 자신의 삶과 스타일, 철학이 말 속에 녹아 있는 어록에 열광한다고 한다.

‘나쁜 예’로서의 어록도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대표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어록은 자신의 우월성만 드러낼 뿐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구석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를 더 강력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차라리 유재석·강호동·차범근·엄홍길 등 자신의 몸을 던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필진들은 입을 모은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어록을 두고 ‘대낮의 글쓰기’라고 말한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빛보다 빠른 오늘날, 질서정연한 ‘황혼의 글쓰기’보다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어록 열풍이 ‘읽기-쓰기’의 순환고리를 되살렸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소비 행위로서 읽기만 했던 사람들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무언가를 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 어록이 갖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알게 됐다면, “스스로 한 줄 어록을 남겨 제2, 제3의 안철수로 떠올라보지 않겠느냐”고 독자들에게 권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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