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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강남좌파 비난은 달동네 서민 좌파화 저지 속셈”

등록 2011-11-03 19:54

 ‘사회인문학평론상’의 초대 수상자인 황승현(36)
‘사회인문학평론상’의 초대 수상자인 황승현(36)
황승현씨, 창비 ‘사회인문학평론상’ 수상
‘혐오’ 통해 지배논리 관철 ‘이중화법’ 분석
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할 때면 ‘비정규직은 도외시하고 자신들의 처우 향상만 꾀한다’는 비판을 쏟아낸다. 미국을 비판하는 사람에겐 ‘자기 자식은 미국으로 유학 보내놓고 그런다’고 부르댄다. 강남에 사는 사람이 좌파를 자처하면 ‘강남좌파’라고 빈정댄다. 그럼 생각해보자. 자식을 미국으로 유학 보내지 않은 사람의 미국 비판, 강북에 사는 좌파의 주장이라면 그들은 과연 귀담아 들을 것인가?

한 신예 평론가는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이런 논리구조를 ‘이중화법’이라고 규정했다. “결코 본론은 다루지 않되, 쟁점을 제기한 사람에 대한 혐오를 일으켜 지배 논리를 은밀하게 관철시키는 화법”이라는 것이다.

출판사 창비가 계간지 <창작과비평> 통권 150호 발간을 맞아 제정한 ‘사회인문학평론상’의 초대 수상자인 황승현(36·사진)씨의 얘기다. 창비는 “분과 학문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문제의식과 문체를 보여줄 수 있는 신예 평론가를 찾겠다”는 취지로 이 상을 제정했고, 올해 첫 공모에서 <달동네 우파를 위한 ‘이중화법’ 특강-한예슬 우화를 솔개와 백조에게 읽혀야 하는 이유>란 평론을 쓴 황씨를 수상자로 뽑았다.

2일 만난 황씨는 “최근 우리 사회에 벌어진 다양한 논쟁들 속에서 논쟁을 회피하면서도 어떤 논리를 은밀하게 기정사실화하는 공통된 화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며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의 글은 얼마 전 드라마 촬영을 거부하고 미국으로 떠났던 배우 한예슬씨에게 쏟아졌던 비난과 비판을 계기로 삼아 ‘이중화법’을 분석하고 있다. ‘박봉에 시달리는 스태프도 가만히 있는데’, ‘국민과 약속을 어기다니’, ‘평범한 직장인은 일터를 박차고 나가지도 못한다’ 등의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동안, ‘계약 위반으로 방송 자본의 이익에 피해를 끼쳤다’는 가장 본질적인 사건의 핵심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대표 사례로 ‘강남좌파’ 논란을 보자. 황씨는 “이때 이중화법의 최종 표적은 ‘강남좌파’와 정반대에 놓인 ‘달동네 우파’”라고 분석한다. 강남에 산다는 것을 부각시켜 좌파에 대한 혐오증을 자극하는 등 “달동네 서민이 좌파화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자본과 그 응원단의 살뜰한 배려”가 깔려 있다 것이다.

황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친구들이 경영하는 투자자문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한편, 틈틈이 일간지 등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2007년에는 <경향신문> 신춘문예 평론부문에 당선돼 한동안 영화평론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세상을 평론하는 일에 한계를 느껴” 직접적인 사회 평론에 나서게 됐단다.

슬라보이 지젝의 글쓰기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그가 지향하는 평론은 ‘문체와 내용이 하나가 된 글쓰기’다. “의도적으로 뭔가 이루기보다는 기회가 주어지면 피하지 않겠다”는 황씨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본질을 담는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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