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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신윤복’으로 그리움 띄우면 ‘고흐’로 답장 쓰고

등록 2011-11-04 20:58

다, 그림이다-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
손철주·이주은 지음/이봄·1만7500원
세 노인이 저마다 나이가 더 들었다며 옥신각신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한쪽 귀퉁이에 그 시덥잖은 입씨름을 흘려들으며 따분한 얼굴로 앉아 있는 어린아이는 장수의 상징인 ‘삼천갑자 동방삭’이다. 오원 장승업이 그린 ‘삼인문년’이라는 그림이다.

지은이는 이 그림을 편지로 띄우며 “참된 지혜를 가진 늙은이와 달리 낡은이는 나이를 벼슬로 여긴다”며 나이를 화두로 던진다. 그림을 받아든 또 한 명의 지은이는 플랑드르의 화가 쿠엔틴 마시스가 그린 ‘그로테스크한 늙은 부인’이라는 그림을 꺼내든다. 늙은 부인이 젊었을 때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젊은 여인의 흉내를 내고 있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그림이다.

<다, 그림이다>는 미술에 대한 글을 써온 손철주 학고재 주간과 미술을 통한 소통과 치유를 말해 온 이주은 성신여대 미술교육과 교수가 주고받은 ‘그림 편지’를 묶은 책이다. 각각 동양화와 서양화에 일가견이 있는 열 가지의 주제에 걸맞은 그림들을 골라 서로에게 띄운다.

신윤복의 ‘연당의 여인’으로 기생이 품은 울혈 진 그리움을 말하면, 빈센트 반 고흐의 ‘아몬드꽃’를 보여주며 힘겨운 기다림의 시간이 울음처럼 터져나오는 순간을 말하는 식이다. 그래서 책의 부제가 ‘동서양 미술의 완전한 만남’이다.

이들이 고른 동서양 미술 작품들이 만나는 지점은 그리움, 유혹, 성공과 좌절, 내가 누구인가, 나이, 행복, 일탈, 취미와 취향, 노는 남자와 여자, 어머니·엄마 등 우리가 삶 속에서 느끼는, 추상적이지만 극히 실질적인 감정들이다. 무언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아련한 삶의 모습은 그것을 닮으려 하는 그림으로부터 문득 비어져나온다. 손철주 주간은 “품에 안을 수 없는 미인도를 그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며 우리 옛 그림을 들여다본다. 이주은 교수는 “낮에 스치듯 바라본 그림이 간혹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심연을 흔들어 놓을 때가 있다”며 서양화들을 꺼내어보며 삶의 심연을 바라보려 한다.

무엇보다 같은 그림이지만 서로 뼈대가 다른 동양화와 서양화가 만나는 지점이 그 자체로 흥미롭다. 손 주간은 “그림의 닮지 않음으로 실재의 닮음에 다가가는 것이 동양화의 충심”이라고 평가한다. 이 교수는 “완벽한 닮음, 곧 환영을 만들어내는 서양화는 거울 속 세상처럼 또다른 세상이 존재할 가능성을 열어놓는다”고 정리한다. 지은이들이 골라낸 그림들 속에서 같은 주제가 동양화와 서양화 속에서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지, 또 그 표현에 담으려 했던 공통된 삶의 실체는 무엇인지 따져보게 된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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