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어떻게 흘러가나
김연희 글·김명곤 그림/다산기획·1만3000원
김연희 글·김명곤 그림/다산기획·1만3000원
강원도 태백시 금대봉 산기슭에 ‘검룡소’라는 연못이 있다. 이무기가 놀았다는 전설이 있을 만큼 물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기서 아기 한강이 태어난다. 아장거리듯 삼수령 계곡에서 뻗어나온 물은 골지천이 됐다가 다시 석병산에서 출발한 임계천을 만난다. 이들은 정선아리랑의 고향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합류해 강으로 껑충 자란다. 물길 위로 사람들이 오가는 섶다리가 놓였고, 뗏사공들은 그 길을 따라 ‘뗏목 운반선’을 움직여 생계를 이었다.
강은 한반도 허리께를 휘감아 보듬는다. 그렇게 물줄기를 받아들이면서, 저 자신도 깊어지고 넓어진다. 물속엔 어름치·연준모치, 물 위로 수달, 원앙이 노닌다. 강가에는 동강할미꽃, 꼬리겨우살이가 더불어 산다. 여주에 다다라 ‘남한강’(여주에선 여강)으로 모습을 바꾼 강은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북한강과 만나 마침내 한강이 된다. 팔당, 서울 밤섬을 거친 한강은 북쪽에서 흘러온 임진강과 만난 뒤 김포반도를 돌아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무려 500㎞ 물길을 돌아 아기 강에서 할아버지강 ‘조강’으로 한생을 마치는 것이다.
작가 김연희씨의 <강은 어떻게 흘러가나>는 아기 한강의 ‘성장 보고서’다. 한강의 일생과 강을 따라 살아가는 사람, 생태계 이야기를 할아버지에게 듣는 옛날이야기처럼 푸근하게 전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의 욕심 탓에 한강은 콘크리트 강둑과 수중보로 뒤덮였고, 새들이 떠날 만큼 더러워졌다는 경고는 아프다. 도시 개발 탓에 모래섬인 밤섬이 망가졌던 일도 있다. 하지만 강물은 사람들이 준 상처를 안고 스스로 깊어진다. 지은이는 “한강을 따라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다”며 강의 생명력을 강조한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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