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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여섯번째 세계화 겪는 지금도 변증법 유효”

등록 2011-12-06 20:42

진보적 사회학자 테르보른 교수
진보적 사회학자 테르보른 교수
서울 다녀간 진보적 사회학자 테르보른 교수
‘사회문화지질학’ 개념 도입
세계화 경로·의미 분석 시도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바탕
대안적 세계화 모색하기도
이제 세계가 ‘하나의 종합무대’가 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세계가 하나가 됐다는 사실이 누구에게나 같은 삶을 주지 않는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삶이 하나로 묶여 있는 이 세계를 인식하고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1990년대 많은 사람들이 시장의 확대와 자본의 이동, 통신매체의 발달과 문화의 이동 등에 일희일비하며 ‘세계화’를 외쳐댔지만, 세계를 한눈에 넣고 바라보는 전체적 조망은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지난주 제3회 코리아국제포럼 참석차 방한한 스웨덴 출신의 사회학자 예란 테르보른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사진)는 “1980~1990년대 세계화 과정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고 했다. 당시 세계를 전체로서 파악하기 위해선 세계화가 이뤄진 역사적인 과정이나 사회적인 복잡성 등을 따졌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비판이다. 최근 출간된 그의 새 책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홍시 펴냄)는 그런 문제의식으로부터 나온 책이다. 그는 이 책에 대해 “오늘날 세계가 정치적, 지정학적 측면에서 어떤 상태에 있는지, 주요 행위자는 누구인지 알려고 시도했다”고 밝혔다.

한평생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세계화와 불평등, 근대성, 복지국가 등을 연구해온 지은이는 <다른 세계를 요구한다>에서 인류 사회가 세계화에 이르게 된 경로와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사회문화지질학’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인류가 지나온 전체 역사의 퇴적물을 지질학자처럼 살펴보자는 것. 그는 문명, 세계화의 조류, 근대성 등을 오늘날 세계를 입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지층’으로 제시한다.

지은이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문명들이 세계화 조류를 겪으며 확장 혹은 축소 등의 부침을 겪었다고 본다.

4~8세기에 있었던 첫번째 세계화 조류는 각 문명권의 심장부와 경계를 결정지었고, 15~16세기에는 유럽 문명·종교·언어가 아메리카 대륙을 정복하는 등 식민주의 세계화 조류가 있었다. 그 뒤 영국과 프랑스 사이에 벌어진 사실상 최초의 세계 전쟁, 제국주의와 개발·저개발의 등장, 코민테른으로 대표되는 정치의 세계화 등의 조류를 거쳐 우리는 현재 여섯번째 세계화 조류에 서 있다고 한다.

이는 탈산업화와 전자기기 혁명, 금융업 등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학에서 비롯됐다. 이 조류의 특징으로 지은이는 인류가 사회적으로 통합됐다는 점과 세계의 중심을 북대서양에서 아시아로 옮겨놨다는 점을 든다.

세계화 조류와 함께 지은이는 근대성에 이르는 다양한 경로를 분석했다. 그는 근대성을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하는 시간적 지향성”, 이 세상의 또다른 미래를 구성하는 전망을 가지고 새로운 현재를 포용하는 성향이라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그는 근대성에 이르는 경로를 유럽의 내생적 경로, 신세계적 경로, 식민지적 경로, 반응적 근대화의 경로, 복합적 경로 등으로 분류했다. 이렇듯 저마다 다른 문명과 세계화 조류, 다양한 근대성 경로에 따라 오늘날 같은 세계 무대에 얽혀 있는 ‘우리’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런 총체적 분석은 결국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전망을 위한 것이다. 지은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적 세계 역학이 앞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냉정하게 전망한다. 파편화된 대중계급의 열망이 정치적 힘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횡포를 질타하고 대안적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모색해온 이 노학자는 마르크스주의적 변증법에 기초한 ‘변화의 전망’ 또한 놓지 않는다.


지난주 코리아국제포럼 강연에서 그는 “1970~1980년대 거대한 마르크스주의 변증법이 정지했지만 작은 변증법은 늘어가고 있다”며 “어떤 나라든지 계급이 복귀하고 자본주의 과두정치와 중산층이 분열하고 있는 것을 보라”고 지적했다. 또 책에서는 “자본주의의 일상적인 계급 갈등과 그 변증법은 여전히 이번 세기의 중심적인 특징”이라며 “가치관과 행동의지에 더 큰 비중을 둔 전망을 통계적 확률이 결여됐다고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세계가 단지 ‘세계 시장’이 아니라 대안적 가능성들과 삶에 열려 있는 세계임을 강조한 것이다. 또 “라틴아메리카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불평등이 줄어들고 있는 지역”이라며 이에 대해 대안을 찾기 위한 세력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코리아국제포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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