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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연산군의 가마는 ‘이동식 러브호텔’

등록 2011-12-09 20:48수정 2011-12-09 22:52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
심재우 등 지음/돌베개·2만8000원

조선은 왕의 나라였다. 국가 정책 전반을 최종 책임지는 왕을 중심으로 꾸려진 나라였기에, 왕이 어떤 존재였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당시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없다. <조선의 왕으로 살아가기>는 왕의 위상과 권한 등 공적인 모습뿐 아니라 생활문화사적 시각에서 여가와 독서, 건강 관리 등 폭넓은 영역까지 다뤘다.

조선의 대표 법전 <경국대전>을 보면, 왕의 권한이나 역할을 직접적으로 명확히 제시한 조항은 찾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왕권이 워낙 넓은 범위에 걸쳐 있어 법으로 제한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왕이 무한 권력을 휘둘렀던 것은 아니다. 늘 관료제적 질서에 영향을 받았으며, 관료들의 정치기반 변동과 시기에 따라 왕권의 위상은 차이가 났다. 조선 국왕 27명 가운데 적장자로 왕위에 오른 인물은 단 7명뿐이며, 반정으로 왕이 된 인물도 두 명이나 된다는 점은 이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왕은 새벽 4~5시께 일어나 대비나 대왕대비 등 웃어른에 대한 문안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해 뜰 무렵에는 신하들과 학문과 정치를 토론하는 ‘경연’에 참석했고, 아침식사 뒤 국정을 살피는 조회를 시작했다. 점심식사 뒤에는 다시 낮에 하는 경연인 ‘주강’에 나갔다. 오후 5시께 공식 업무는 끝나지만, 그 뒤에도 저녁 강의인 ‘석강’에 참여하거나 업무를 마저 보는 등 늘 분주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왕의 사생활이다. 조선 왕들은 사생활에서도 유교적 가치의 영향을 받았다. 왕의 침전은 ‘강녕전’인데, 여기에는 ‘황극’(중용상태를 가리키는 말)을 닦으라는 유교적 훈계가 들어 있다고 한다. 식욕·색욕·권력욕 등 원초적 욕망들을 잠재우라는 뜻이다. 연산군은 이를 제대로 행하지 못해 쫓겨난 대표적인 왕이다.

그는 성생활에 탐닉해 궁궐 안에 무수한 밀실들을 만들었고, 심지어 ‘거사’라는 이름의 가마, 곧 이동식 러브호텔을 만들어 궐 밖에서도 성생활에 집착했다고 한다. 그는 장악원 소속의 기생인 ‘흥청’을 대폭 늘리기도 했는데, ‘흥청망청’이란 말이 여기서 유래됐다. 사생활에도 충실했던 대표적인 왕은 세종이다. 그는 새벽 2~3시쯤 일어나 책을 읽었고 온종일 나랏일에 매달리면서도 공부와 사색에 힘썼다고 한다. 왕의 밥상과 건강관리, 왕이 남겼던 시까지 책은 왕에 대한 모든 정보를 촘촘하게 엮어서 보여준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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